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 지원법(CHIPS Act)과 관련해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우호적인 방향으로 배려해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접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타이 대표 접견에서 "최근 발표된 반도체 지원법의 보조금 신청 세부지침과 관련해 과도한 수준의 정보 제공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지원법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발표 과정에서 양국이 긴밀하게 협의해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도 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의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의 생산원가를 추산하기 위해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크기별 생산 능력, 가동률,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가격 변화 등을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도록 했다. 웨이퍼에서 불량이 없는 최종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비율인 '수율'을 써넣을 것도 요구했다.

반도체 사업의 수율과 소재 등은 영업기밀로 분류되기에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전날(29일) 정기 주주총회 직후 보조금 신청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많이 고민해보겠다"면서 "엑셀도 요구하고 신청서가 너무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타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반도체 지원법과 IRA 관련 한국 정부와 기업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 간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과 타이 대표는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 의미와 다음 달 예정된 미국 국빈 방문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올해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로, 지난 70년간 양국이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군사, 안보에서 경제안보, 첨단기술, 문화, 인적교류까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성공적인 FTA(자유무역협정)로 평가받는 한미 FTA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양국이 미래지향적 경제협력 관계를 발전 시켜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타이 대표는 "한국이 미국과 함께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공동 주최하고, 한국이 3차 회의를 주최하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타이 대표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인도·태평양 지역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이날 접견에 미국 측에서는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 주한미국대사, 헤더 헐버트(Heather Hurlburt) USTR 비서실장, 크리스토퍼 윌슨(Christopher Wilson) USTR 대표보가 참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최상목 경제수석,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