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민주당 출신 전직 국회의원이 이사장을 맡은 독립운동 관련 비영리 단체가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수급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국가보훈처 전경. /뉴스1

보훈처는 9일 항일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과 홍보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가 수천만 원에 달하는 국고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정황을 포착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사업회의 보조금 부정 수급 행태는 국정과제인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강화'에 따른 자체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보훈처에 따르면 사업회는 2021년 보조금(2억5000만원) 중 1억7500만원을 집행하면서 외주업체 등에 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기부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약 4000만원을 부정으로 수급한 정황이 있다. 이는 '리베이트' 방식으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보훈처는 발주기관으로서 우위에 있는 사업회가 외주업체 등에 수주를 대가로 기부금 납부를 요구하는 것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의 출연 강요의 금지 규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보훈처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회는 2021년 A업체에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화와 수형 기록을 전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홈페이지 유지 보수 비용으로 5300만원을 지급한 뒤 해당 업체로부터 500만원을 기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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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앱은 개발 후 사업회가 소유권을 갖고,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올리기로 계약했으나 감사가 시작될 때까지 등재되지 않았다. 감사 중이던 지난 6일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등재된 것이 확인됐으나, 이마저도 앱 구동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보훈처는 "이 앱은 5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됐으나 사업회 명의의 개발자 등록도 돼 있지 않아 소유권 이전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화 전시 외에 특별한 기능이 포함되지 않아 개발 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 대표는 "단체의 정보화 역량이 부족해 단체 명의가 아닌 업체 명의로 앱을 올렸다"며 "앱 유지 수수료 등의 문제로 사업회와 협의해 앱을 스토어에서 제거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업회는 이와 함께 B업체와 C업체에 영상 제작 사업비로 각각 1400만원, 4500만원을 지급하고 기부금으로 600만원과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온라인 공모전 심사비와 직원 인건비로 2300만원을 집행하고, 당사자들로부터 700만 원을 기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에는 D업체와 4000만원에 달하는 조각 제작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업체는 2021년 사업회에 200만원을 기부한 이력이 있는 등 대가성 계약이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06년 3월 총리에 내정되자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후 열린우리당 여성의원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른쪽이 김희선 전 의원. /조선DB

박민식 보훈처장은 "국민 혈세로 마련된 국고보조금을 부정으로 받는 것은 중대한 범죄"라며 "보조금 사업의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운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수사 결과에 따라 보조금 환수, 향후 보조사업 수행 대상 배제, 설립 허가 취소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사업회의 이사장으로 있는 김희선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 과거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간사위원, 민족 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 회장 등을 역임하며 과거 친일파의 행적을 규명하는 활동을 했지만, 2004년 선친인 김일련씨가 친일파라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