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을 떠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을 때 손에 쥐고 있었던 빨간 책이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2500년 전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패권을 두고 벌인 전쟁을 다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다.
한 장관은 지난 7일 출입국·이민정책 논의를 위해 유럽출장 차 인천공항을 찾았다. 검정색 정장 차림의 한 장관은 한 손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들고 등장했다. 한 장관이 든 책에는 빨간색 표지에 알파벳으로 ‘투키디데스’ 등이 적혀 있으나, 사실 이 책은 2011년 번역된 한국어판이다. 천병희 단국대 인문학부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2500년 전 그리스에서 신흥 강대국 아테네와 기존 패권국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지배권과 문명의 표준을 놓고 다툰 패권 전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쓰기 시작해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크세노폰이 마무리했다.
이 책은 지난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하며 주목받았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국인 아테네의 부상이 기존 강대국이었던 스파르타에 위협감을 주고,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으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중국과의 반도체 교역을 제한하고 있다.
출판사는 이 책 서평에서 “여전히 인간의 마음속에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자리 잡고 있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역사방법론과 정치철학의 초석으로, 현실주의 역사서이자 외교정책의 텍스트로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 장관은 이날부터 15일까지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해 출입국·이민 정책을 살핀다. 이번 출장에서 한 장관은 프랑스의 내무·해외영토부와 이민통합청, 네덜란드 법무안전부·이민 귀화청, 독일 연방내무부·뉘른베르크 연방이민난민청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한 장관은 취임 초기 “이민 정책이나 출입국 정책은 국가 백년대계로 준비되고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법무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