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지난 3일 경상북도 포항시 죽도시장을 방문,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태풍 때문에 상인들이 너무 피해가 있어서 걱정됩니다.”

(김건희 여사, 3월 3일 경북 포항 죽도시장서 작년 폭우 피해 상인들과 만나서)

“제가 여러분의 안내견 ‘새롬이’가 되겠습니다.”

(3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 입학식 축사)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2월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 관람 후 소회)

“여러분들의 손은 서로를 이어주는 목소리다. 제가 손을 잡아드리겠다.”

(2월 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한국수어의 날 축사)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 입학식에 참석한 뒤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입양한 '은퇴 안내견' 새롬이를 조영숙 교장에게 소개하며 쓰다듬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들어 단독 행보가 부쩍 늘어난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여사의 발언들이다. 김 여사는 2월 초 서울 한남동 관저로 국무위원 배우자 20여 명을 초청해 오찬을 하는가 하면 대통령실 행정관 30여 명과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임기 내 300여 명에 달하는 행정관 모두와 만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무진을 격려하기 위함이다.

과거 존재했다가 ‘용산 시대’ 후 폐지된 ‘청와대 제2 부속실’이 없는 상황에서 활발해진 김 여사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밝혔던 그가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정치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서다. 최근 40%대로 올라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해 조선비즈가 정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정리해 봤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월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특별전을 찾아 기념품샵의 미니병풍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전문가들은 우선 김 여사가 활동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김 여사 본인이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조용한 내조’를 말하긴 했지만, 대통령의 아내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와 봉사, 문화 활동 등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단독 행보는 윤 대통령 지지율에도 점차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여사가 일부 계층에게는 비호감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중요한 점은 대통령의 부인으로서의 역할은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과거 문재인 정권 시절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를 방문했던 것과 같은 ‘과도한’ 일만 벌이지 않는다면, 김건희 여사의 필요한 범위 내에서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도 김 여사의 행보가 대통령의 지지율에 적어도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신율 교수는 ”현재 김 여사의 활동이, 과거 영부인들에 비해 유난히 눈에 띄는 측면이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개인적 판단으로는, 지금까지 김 여사의 ‘공식적’ 행보가 과거 정권의 영부인들보다 유난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야당 측이 지난해 ‘캄보디아 환우 조명 논란’처럼 지나치게 부정적 관심을 보인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현 상황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일부 계층의 비호감도가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평론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금 단계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이라며 “대통령 긍정 평가 확대에 중요한 유권자층이 엠··중(MZ세대·여성·중도층)인데 이들이 김 여사 이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최근 상승세가 감지되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상까지 오르면 되면 적극적인 행보가 가능하며 이때는 지지율 상승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이 주장하는 도이치모터스 특검 및 여론 상황을 잘 살펴서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창열 교수는 “같은 행보를 하더라도 언제 어떤 상황에 하느냐가 중요해 보인다”며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 등 국회 상황과 대내외 경제 및 여론 상황 등을 섬세히 살펴 일정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어떻게 보면 영부인 행보론은 단순 명확하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영부인의 역할과 활동 범위는 갈수록 확대하는 추세다. ‘신세대형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도 단순 내조 차원을 넘어 적극적인 내조 즉,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윤 대통령을 보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여러 논란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에는 긍정 효과가 좀 더 많았다고 본다”며 “다만 정치적 행보(정치적인 사람-장소-발언 등)는 최소화해야 한다. 가뜩이나 주가조작 등 정치 공방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오해 소지가 있는 언행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 첫 해 쏠렸던 과도한 관심이 점차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복지와 환경 문화 등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대통령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