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선 당 대표 후보 4인 모두가 '상향식 공천'을 약속하면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은 당원과 국민들이 선거에 나설 후보자를 직접 정하는 것을 말한다.

언뜻 보기엔 누가 당 대표가 돼도 선거 문화가 바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 모양새다. 당정관계를 무시하기 어려운 환경인데다, 각 지역구에서 당원들을 이끌고 있는 현역 의원이나 위원장의 입김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국민의힘 황교안(왼쪽부터), 안철수, 김기현, 천하람 당 대표 후보. 사진은 지난 23일 강원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 4인은 모두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고 있다. 후보 출마 선언 때부터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밝힌 천하람 후보를 비롯해 안철수 후보와 황교안 후보도 모두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합동연설회와 방송토론회에서 적극적으로 어필해왔다.

내년 총선을 놓고 대통령실의 공천 협조 요청이 들어온다면 대통령과 뜻을 함께하겠다는 김기현 후보도 예외는 아니다. 김 후보는 '민생'을 바탕으로 만든 객관적 평가 기준에 따라 공천 논란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책임당원 선거인단이 비례대표 순위를 결정하고 책임당원 배심원단이 현역 의원의 공천 자격을 심사하는 방안으로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밝혔다.

천 후보는 의원 중간 평가제를 통해 지역 주민과 당원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하위 20% 국회의원을 퇴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황 후보는 당 공헌도나 지역 등에 따른 '완전한 당원 100% 공천'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상향식 공천'이 제대로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당 대표가 되려는 궁극적인 이유가 공천권인데 이를 포기할리 만무한데다 집권 초기인 윤석열 대통령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상향식 공천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 봤을 때 매우 이상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당을 주도하는 세력들이 (이번 전당대회로 뽑은 당 대표로부터)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내년 총선 공천권인데 그것을 내놓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원들에게 공천권을 주겠다는 것은 결국 대통령과 싸우자는 것으로 보인다는 문제도 있어 더욱 시행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만약 (차기 당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원들이나 당협위원장 등 관계자들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향식 공천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아무도 그것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묻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누가 당 대표가 돼도 결국은 지금 1년 차인 대통령이 공천권을 가져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중진의원의 시각도 회의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상향식 공천이 제대로 이뤄져서 공천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당원들이 기존의 당협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에 의해 관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한 상향식 공천'이 과연 가능한지부터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당원의 표를 얻어야 하는 당대표 후보 입장에서 당원들의 의사가 반영되게끔 공천하겠다고 하지,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명단을 보고 난 뒤 판단해서 공천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후보들이 당원들의 표심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선전용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