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은행 공공재' 발언의 이후 정치권에서도 '은행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을 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

은행권의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은행들이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번 예대금리 차 확대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따갑다. 사진은 21일 서울의 한 은행에 걸린 금리 안내문. /뉴스1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의 공공성'을 은행법의 목적 조항에 명시하는 '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16일 발의된 이 개정안은 현행 1조에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런 움직임은 윤 대통령이 최근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는 등 은행권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통신은 민간 부문에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지만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업계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횡재세'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며 은행을 압박하는 법안들이 뒤따르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병욱 의원은 지난 21일 서민금융상품의 은행권 출연금을 현행보다 2배 확대하는 내용의 '서민금융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서민금융 보완계정'에 출연하는 은행권의 출연 비율을 현행 0.03%에서 2배인 0.06%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금융권의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금은 약 2300억원이며 이중 은행이 1100여억원을 납부했다. 김병욱 의원 측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은행의 출연금은 22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민금융 보완계정에 출연된 기금은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등에 사용된다.

야당은 또 '은행판 횡재세법'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은행의 초과 이익에 별도로 초과이득세를 걷는 은행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1년 이내에 1%포인트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금리 급등기에 은행의 이자 손익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은행은 이자 손익의 10%가량을 서민금융진흥원에 기금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또 별도로 중산층의 금융생활 안정을 위한 기금을 설립하는 것을 함께 추진 중이다.

횡재세(Windfall Profit Tax·초과이윤세)는 '바람에 떨어진 과일'처럼 기대하지 않은 행운으로 돈을 벌었을 경우 과세하는 것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국내외의 급격한 환경 변화로 큰 혜택을 본 기업에 추가적인 세금을 매기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외부요인으로 석유·석탄·가스·정유 등 에너지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보자 유럽 주요국에서 횡재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생겨나며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은행 돈잔치' 비판이 나오지 않게 금융위원회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는 등 은행권 비판에 나섰지만 정부와 여당에서는 횡재세 도입 여부에는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업이 때로는 경기나 시장 여건에 따라서 이익을 볼 때도 있고 손실을 볼 때도 있다"며 "횡재세는 우리의 시장 원리나 경제 기본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