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고금리 장사'라며 은행권을 직접 비판한 가운데, 통신사들의 고가 요금에 대한 대책 마련도 지시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우리나라 통신요금 체계가 소비자들이 실제로 쓰는 데이터양에 비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기형적 구조라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경제 위기 속 민생을 강조하는 행보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뉴스1

대통령실에 따르면, 경제수석비서관실은 현재 통신요금 과다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만만한 작업은 아니지만,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당 내용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 고금리 추가 대책과 함께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은행권의 고금리 이자 장사를 직격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의 고통이 크다"라면서 금융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은행 수익이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통신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발표한 가계 동향 가운데 통신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월평균 13만1000원이었다.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거나 실제 부담하는 통신 관련 비용 지출은 훨씬 더 많다. 현재 통계청이 매년 분기마다 발표하는 가계 통신 지출 항목은 스마트폰 같은 통신 장비와 이동통신·유선전화·인터넷 요금을 집계한 수치다. 이 집계에서는 최근 통신 3사가 주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각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빠져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통신요금 체계가 소비자들이 실제로 쓰는 데이터양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기형적 구조라는 점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5G(5세대 이동통신) 이용자 가운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이 쓴 1인당 월평균 데이터양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50.4GB(기가바이트)로 집계됐다.

하지만 통신 3사 대리점에서 가입 가능한 5G 요금제에는 데이터 40~100GB 구간에 해당하는 정규 요금제(성인 기준)가 없다. 통신 3사의 5G 요금제를 보면, SK텔레콤은 24GB(월 5만9000원) 다음이 바로 110GB(6만9000원)로 넘어가고, KT 역시 30GB(6만1000원) 다음이 110GB(6만9000원)이다. LG유플러스도 31GB(6만1000원) 다음이 150GB(7만5000원)로 중간 구간을 커버하는 요금제(중간요금제)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조차 데이터를 모두 소비하지 못하는데 어쩔 수 없이 110GB 이상 요금제 또는 무제한 요금제(월 8만원 이상)를 쓰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저가 요금제로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비싼 요금제를 쓰도록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