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6년 만에 대규모 장외 투쟁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야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4일 오후 3시쯤부터 서울 숭례문에서 시청역 방면 세종대로 4개 차로를 전부 점거하고 ‘민생파탄 검사독재 윤석열 정권 규탄대회’를 열었다. 당 전체가 국회 밖으로 나가 정치적 구호를 외친 것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이후 처음이다.

집회에는 당 지도부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과 지역위원장, 핵심 당원 다수가 참여했다. 참석 인원은 경찰 추산 10만명, 주최 추산 30만명으로 집계됐다. 당원들은 “민생파탄 못 살겠다” “물가폭탄 해결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하라” “김건희(여사)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단상 위에 올라 20분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이 대표는 “노무현과 문재인 두 대통령이 꿈꿨던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전진은 커녕 상상하지 못할 퇴행만 반복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권 출범 9개월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과연 단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나”라고 비판했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야당 탄압’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정치가 아니라 정쟁을 하고, 상대를 죽이려는 정치 보복에 국가 역량을 낭비하는 바람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추락했다”면서 “유신독재 정권이 물러난 자리에 검사독재 정권이 다시 또아리를 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면서 “국민의 처절한이 심판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집회를 비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에 올인하는 동안 국정은 발목 잡혀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는 국민포기대회”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성도 양심도 상실했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자고 국민들을 포기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집회는 앞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집회에 참석했던 당원들까지 합류하며 집회 규모가 늘어났다. 이번 집회에 대응해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도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시청역에서 숭례문 방면 인도와 1개 차로에서 맞불 집회를 벌였다. 민주당 집회는 오후 5시 10분쯤 마무리됐다.

이 두 집회로 시청역에서 숭례문 방면 세종대로 8개 차로 중 1개 차로를 제외하고 모두 통제됐다. 남은 1개 차로도 사실상 통행이 불가능했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세종대로 일부 구간 통행 속도는 시속 0㎞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