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비 급등에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 수요가 증가해 다음 달 고지되는 난방비는 더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주택용 열요금은 Mcal당 89.88원, 도시가스 요금은 19.69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7.8%, 38.4% 올랐다.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뉴스1

정부가 26일 난방비 급등으로 뿔난 민심에 따라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 2배 확대하며 전임 문재인 정부의 소위 '에너지포퓰리즘' 책임론을 제기하는 '투트랙' 긴급 처방을 발표했다.

여야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과 윤석열 정부의 대책이 미흡했다는 주장으로 정쟁에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가스공사의 적자가 이미 9조원에 달해 중장기적인 에너지 요금 정상화(요금 인상)가 필요하며, 에너지 절약에 대한 대책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획재정부는 "적절한 수준의 요금 조절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尹정부, 취약계층 160만 가구 대상 난방비 2배 지원 긴급 처방

정치권과 대통령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예외적으로 이른 아침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난방비 대책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비슷한 시각 관련 보도 자료를 냈다. 이번 난방비 대책은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이 핵심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 질환자 등 추위에 취약한 117만6000가구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지원을 기존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두 배 확대했다. 하위 160만 가구에 대한 도시가스 요금 할인 폭도 한시적으로 현재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까지 두 배 늘린다. 이 대책은 설 명절을 기점으로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한파와 그로 인한 '난방비 폭탄'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황급히 발표됐다. 난방비 논란이 쟁점화되기 전에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선 셈이다.

특히 최 수석은 이날 전 정부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최 수석은 "가장 큰 요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후 국제적으로 가스 요금 폭등한 부분이 있다"며 "아울러 각 나라들은 이에 따라 요금 현실화 과정을 밟았는데 우리는 최근 몇 년간 대응이 늦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전임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을 겨냥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이번 에너지 바우처 인상에 소요되는 예산은 총 1800억원이며 (15만30만)에 소요되는 예산은 1000억원은 예비비, 800억원은 기정예산 이전용으로 조달한다"며 "내주 국무회의에서 바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아 "에너지정책은 국제에너지 가격이 가장 큰 변수"라며 "그것과 관련해 공기업 재무 상황이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되고, 또 다른 하나는 민생 부담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많이 오를 때 그것을 100% 반영하면 국내 에너지 가격도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며 "그것이 공기업의 재정 상황을 건전하게 하는 데는 필요할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공공 에너지를 써야 하는 우리 민생, 가계의 부담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스1

◇"文 정부 에너지 포퓰리즘 탓" vs "尹 정부 대책 미흡"...정치권 '네 탓 공방'

정치권에서 난방비 논란은 그 원인을 둘러싼 '네 탓 공방'으로 확전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키운 문제를 후임 정부에 떠넘기고 비판한다고 주장했다. 문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들이 뒤집어쓰고 있다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10배 상승했다. 미국은 218%, 영국은 318% 가스요금을 인상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38.5% 인상했고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까지 1년 반 동안 동결했던 요금을 선거 직후 겨우 12% 인상하는 데 그쳤다"라며 전 정부 가스요금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어 "가스공사는 구입가격보다 싸게 팔면서 무려 약 9조원의 차액 적자를 보고 있다"라며 "난방비 폭등으로 민주당이 현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뻔뻔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권의 무능과 부자 감세에 따른 취약층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려고 했던 노력의 극히 일부만 쏟아도 난방비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25일에 이날도 난방비 인상 관련 정부의 실책을 지적했다. 당 차원에서는 정부·여당에 약 7조2000억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난방비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등 외부 변수 등은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전쟁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예견된 것"이라며 "정부가 대책 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 탓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전문가들 "특단의 에너지 절약책 내고, 요금 인상 나서야"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미봉책이 되지 않으려면 중장기적인 에너지 요금 정상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에너지 요금 인상을 뜻한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대책과 관련한 재원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가스공사의 적자가 이미 9조원가량에 달하는 탓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탈(脫)원전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이 흘러갔다. 화석 연료 관련 투자를 하지 않은 채 요금을 묶어둔 데 따른 악효과가 윤석열 정부에서 드러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이는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중장기적인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가스공사의 적자가 이미 수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라 요금 인상 외에는 방법이 없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대담자로 출연해 "현재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가스공사의 작년 적자가 9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즉 1, 2, 3월에는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3개월 동안만 가스공사의 적자는 한 5조 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적자가 누적되면 한국가스공사가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사 올 돈이 없기 때문에 잘못하면 도시가스 공급이 끊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가스공사가 회사채를 발행을 해서 일종의 빚을 져서 그 빚으로 사 오고 있는데 곧 법적으로 회사채 발행 한도에 도달하기 때문에 더 이상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어렵다"며 "사 올 돈도 없는 상황이면 결국 도시가스 공급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요금 인상은 현재로서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가스비 급등에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 수요가 증가해 다음 달 고지되는 난방비는 더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주택용 열요금은 Mcal당 89.88원, 도시가스 요금은 19.69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7.8%, 38.4% 올랐다. 사진은 25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뉴스1

◇ 기재부 "적절 수준의 요금 조절 문제 검토"

아울러 전문가들은 에너지 소비 습관을 고치지 않는 상태에서 혈세만 퍼붓는 건 무의미하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90%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세계에서 열 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확대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국민 모두 힘을 합쳐 에너지 소비 절감을 해내야 한다는 조언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가 도시가스를 낮은 가격에 공급하다 보니 위기의식을 잘 느끼지 못한다"며 "유럽은 가스요금을 5배 인상했고, 가까운 일본도 2배 정도 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38%밖에 못 올리니까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가스공사의 적자가 너무 커졌다"며 "정부는 국민에게 에너지 위기 상황임을 적극 알려 다 같이 아껴 쓰고 절약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교수도 "이번 에너지 요금 관련 위기를 대한민국 국민의 에너지 소비 습관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가장 강력한 수단은 요금 인상이며, 정부에서도 이와 관련된 특단의 에너지 절약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관련 질문에 대해 "국제가격 수입 가격은 오르고 공기업 적자가 누적되는 것은 걱정이고, 한쪽에서는 국민 민생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공기업 적자 부담은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 이런 것이 정책고민 보따리 속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시에 쾌도난마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전적으로 수입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한 부분과 국민 부담 부분을 저희가 봐가면서 적절한 수준의 요금 조절 문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