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던 윤석열 정부 풍자 작품들을 철거한 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9일부터 5일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굿바이전 in 서울' 전시회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풍자 작품(고경일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1

국회사무처는 주최 측과 전날(8일)부터 실랑이를 벌인 끝에 이날 오후부터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3 굿바이전시 인 서울'을 철거했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미향·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 30여명의 정치 풍자 작품 8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작품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체로 김건희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모습 등이 담긴 작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그림에는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남성 위에 앉아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남성의 손 옆에는 술병이 놓여 있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관련 의혹을 풍자한 '대통령실, 사저 공사 수의계약 해먹을 결심' 그림도 전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국회사무처는 민주당 출신의 이광재 사무총장이 이끌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전날 오후 7시부터 세 차례 공문을 보내 국회사무처 내규를 들어 전시작품의 자진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사무처가 든 근거로 든 내규에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사무총장이 회의실 및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전시를 주최한 의원 12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사무처가 오늘 새벽 기습적으로 전시작품 80여 점을 무단철거했다"며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했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전시될 풍자 작품들이 기습 철거된 것과 관련해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이들은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 권력 등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라며 "탈법·위법·불법·주술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을 한데 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며 "지레짐작 자기검열은 국회 사무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의장은 작품이 정상적으로 시민들에 가닿을 수 있도록 철거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한다"고 했다.

전시회를 주최한 의원들과 작가들은 이날 국회 사무총장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인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남의 재산을 가져가느냐"며 "반성이나 사과가 먼저"라고 밝혔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예술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표창원 전 의원 사례가 있듯 국회가 국가적 갈등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시기상으로 조금 부적절하다"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끝나면 적당한 시기를 택해 전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