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팔 비틀기’식 상생은 오래 못 갑니다. 시장 원리와 조화를 이루는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 조언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정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 대중소상생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 중소기업청(현 중소기업벤처부) 청장을 역임한 국내 대-중소기업 상생 전문가다. 국민통합위원회(이하 통합위)는 지난해 9월 13일 ‘1호 특위’로 대중소상생특위원회를 발족하고 한 교수를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한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지난 10년간 더욱더 커졌다”며 “실제 최근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50% 수준까지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금 격차도 문제지만 포괄적인 보상의 격차도 커 이를 줄여야 한다”며 “이는 복지제도를 포함, 보육, 주거, 교육 등 포괄적인 것을 의미한다.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궁극적으로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착해 ‘상생’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지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김한길 통합 위원장의 1호 특위 위원장으로 책임감이 남다르실 것 같다. 어떻게 합류했나.
“대-중소기업 상생 문제는 한양대 교수로 있을 때도 오랜 시간 연구했던 주제다. 정책적으로도 10여 년 전 중기청장을 할 때부터 계속 중요한 문제로 다뤄왔다. 윤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상생을 1호 주제로 다루겠다 해서 기꺼이 참여했다.”
-중기 청장을 역임하셨다. 당시 중기 환경과 현재의 환경을 비교한다면.
“2013년 3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중기청장을 지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 환경은 더 안 좋아졌다. 팬데믹 문제도 있고, 국제적인 경제 상황도 안 좋아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에 비해 최근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젊은 사람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하는 ‘미스매칭’ 문제도 여전하다. 범위를 넓혀보면, 소상공인들도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더 일하고 돈을 벌고 싶어 하는데 이런 문제들을 풀지 못하고 있다. 올해 반드시 국회에서 풀어줘야 할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는 당연한 것 아닌가.
“임금 양극화의 원인은, 중소기업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열세에 있기 때문인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못 받는다. 대기업의 경우 노동조합과 함께 연공서열제가 있지 않나. 중소기업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러다 보니 환경이 열악하고 근속연수도 짧다. 특히 1차 벤더(협력업체)의 임금은 대기업 대비 80%쯤 되는데, 2, 3차로 내려가면 매우 열악하다. 어쩔 수 없는 하도급 구조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일례로 현대차그룹 같은 경우 직원 평균 임금이 4년째 약 1억원이다. 1차 밴더는 약 60% 수준인데 3차 밴더는 30% 수준에 불과하다.”
-경영학자로서 한국에서 현실성 있는 중기 환경 개선 방안은 무엇이 있나.
“포괄적인 보상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임금뿐 아니라 복지제도 등까지 포함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체감 격차는 훨씬 크다. 이 문제를 ‘중소기업이 알아서 다 풀어라’ 하면 절대 안 된다.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다녀도 보육, 주거, 문화에 대해 체감되는 격차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그게 현실적인 답이다. 문제는 이런 것이 벌써 10년 전 얘기라는 사실이다. 국가와 지자체 재정부담에 따른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중소기업의 매력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견기업의 경우 중견기업발전법도 있지 않나.
“그렇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다. 중소기업이 규모가 커지면, 중견으로 분류되는 데 이를 꺼린다. 제대로 된 ‘성장 사다리 정책’이 없어서다. 이는 앞서 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다. 중소가 중견으로, 중견이 대기업으로 자연스럽게 갈 수 있는 ‘스케일업 정책’이 필요하다. 영세 소기업, 자영업만 많으면 임금 격차에 대한 구조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금융을 비롯한 정책 지원방식을 바꿔어야 한다. ‘한국형 히든챔피언’ ‘월클300′, ‘유니콘 기업’ 등의 제도가 있었다. 이런 정책들은 나름의 효과는 있었지 대상 범위가 좁았다. 이를 확대해야 한다.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 협회, 메인비즈협회 등에 연 매출액 100억~200억원 기업들이 다수 있다. 이런 기업들이 연 매출 500억~1000억원으로 확대되려면 금융은 물론, 해외 진출, 기술 혁신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스타트업 정책은 어떻게 보나.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늘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환경이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중기 청장 시절 민간주도 기술창업 프로그램(TIPS)의 정책을 시작해서 약 1,800 기업이 지난 10년간 창업했고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미국은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에 의한 창업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실패해도 개인신용불량자까지는 잘 가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보증, 융자 의존도가 높아 부담이 크다. 3년간 10억원 정도 투자, 연구개발 지원, 해외 마케팅 지원도 받도록 했다. 그 결과 삼성 현대, 구글, 애플 출신, 교수 연구원 등 이공계 박사들도 창업에 나서고 있다. 시장도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상생을 강조했다. 키워드는 무엇인가.
“환영한다. 저는 정책 제안을 하는 역할이다. 대통령의 언급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공정’이다. 사실 상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간은 공정거래 문제가 제대로 작동 안 했다. 대기업 중심이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힘의 불균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위 기득권 세력을 타파하자고 강조했지만,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불평등을 개선하려면 공정거래 질서부터 살려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가 된다. 이 부분을 더욱더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선진화 모델이 가능하다. 공정과 상생이 양립해야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지속 가능하다.”
-문제는 상생이 시장경제와 충돌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같다.
“맞는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룰을 공정하게 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상생이라는 단어가 아예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자연스럽게 공정하게 게임을 하면 상생이라는 말을 굳이 안 써도 된다. 미국과 독일 등 유럽에선 당연히 그렇게 인식한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충분하다.”
-결국 대기업이 스스로 나서야 하나.
“당분간은 대기업이 선도적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팔비틀기 식 상생’은 오래 갈 수가 없다. 시장원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압박을 가하면 대기업 총수들은 ‘상생합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구매담당 직원은 납품단가를 낮추지 않으면 실적이 나빠지는 모순이 있다.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를 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기업도 자체적으로 상생지수를 만들어서 내부평가를 하여 자발적인 노력을 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잘 하는 기업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현재 동반성장지수가 있지만 인센티브가 약하다. 정부 각 부처가 대기업의 상생 노력에 대해 인센티브 줄 것들을 찾아보면 실질적인 작동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기관평가에서도 상생 성과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금융기관도 상생을 ESG에 포함해서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상생이 사회문화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추진 현황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활동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잘한 것은 납품단가 연동제다. 여야가 한 것이지만, 특위가 시행상에서 허점들을 보완했다. 2, 3차 하도급 업체까지 효과 미치도록 제안했다. 이는 곧 중기부 시행령에 담길 예정이다. 쉽게 말하면 정보가 공개하는 것을 넣었다. 또 프랜차이즈 문제를 상세히 들여다봤다. 필수품목을 최소화하고 자율구매를 늘리도록 제언했다. 온라인 플랫폼도 더욱더 투명화하도록 했고 안 될 경우 정부가 개입하라고 제언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답한 상태다.”
-신년을 맞아 올해 꼭 이루고 싶은 과제를 꼽는다면.
“지난 4개월간 집중적인 노력을 통해 상생에 대한 많은 정책을 제시했지만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총괄 할 수 있는 추진 기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정부가 대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상생 협약을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혁신과 상생이 선순환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혁신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이 없으면 상생은 지속가능 하지 않다. 제로섬 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함께 잘사는 혁신강국’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한편, 인터뷰 직후 통합위 핵심 관계자는 “특위 활동이 제언에만 멈추지 않도록 올해 관계부처와 실무협의체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힘. 특위 활동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 한정화 특위 위원장은 누구?
한정화 국민통합위원회 대중소상생특위위원장은 1954년 광주광역시 태생으로 중앙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양대 경영전문대학 원장, 제13대 중소기업 청장, 제1대 중소기업벤처기업정책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벤처창업과 경영전략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