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국정감사 기간동안 정부, 여당을 향한 비판을 하는 과정에서 제기한 의혹들이 여당에 팩트체크가 부족한 ‘음모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에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이른 음모론에 동조한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팩트체크를 제대로 안 했다는 것은 비난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충수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왼쪽)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상식 밖 무리한 주장 펼쳤던 野 김의겸과 장경태...일부 의원도 동조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과 기자의 통화 녹음파일을 근거로 지난 7월 19일 한 장관이 청담동 모처 술자리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여명, 이 전 권한대행과 한 장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장관은 “의원님, 저번에 저한테 뭘 걸라고 하지 않았나. 이번에 저하고 뭘 걸면 어떤가”라며 “제가 저 자리에 있었거나 저 근방 1km 내에 있었으면 제가 뭘 걸겠다. 저런 정도 스토킹하는 사람과 야합해서 국무위원을 모욕하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한 장관은 지난 14일 “공당이 저질 음모론에 공식적으로 올라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다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한 장관이 그 질문에 바로 부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래서 (한 장관이) 생각 정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쪽의 카드가 어디까지 있는지를 좀 탐색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점은 좀 의아스럽다”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드시 TF를 구성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자 “정 그러면 진짜 특검(특별검사)을 임용해서 진실을 밝히든지”라고 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사실이라면 제2의 국정 농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을 술집에서 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첼리스트 A씨가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해 “그 내용이 다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뉴스1

장경태 최고위원 또한 여권의 표적이 될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현지 병원 심장질환 아동 방문에 대해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을 했다”고 한 것에 이어 19일 “(김 여사가) 자국도 아닌 외국에서, 자신이 아닌 아동의, 구호 봉사가 아닌 외교 순방에서 조명까지 설치하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비서관은 “당초 그 글 쓴 사람은 삭제했다. 나머지는 커뮤니티 글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도 20일 문자 공지를 통해 “김 여사 방문 당시 조명을 사용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공당인 민주당의 최고위원이 사실관계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해당 발언들을 두고 국민의힘의 비판이 이어졌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민주당 지도부는 ‘지라시 뉴스’ 생산자로 전락했다”며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는 청담동 술자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시키려 했다고 한다. 민주당 사람들은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김 의원과 장 최고위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태영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와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장경태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사실 아닌 것 드러나자 사실상 침묵하는 민주당 의원들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 발언의 당사자인 김 의원과 장 최고위원이 입장을 밝힌 것 외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저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국민을 대신해 묻고 따지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장 최고위원은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빈곤 포르노’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단어 자체가 충분히 사전적 또 여러 학술적 용어”라며 “거기에 대해서는 절대 사과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그는 25일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도 ‘조명 설치 의혹’에 대해 “사진 분석가분들이나 영상 전문가분들이 ‘이건 조명을 사용한 것 같다’고 하시기에 해당 영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저는 충분히 그렇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의혹 제기에 동조했던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2일 대통령실이 장 최고위원을 고발한 것에 대해 서면브리핑을 통해 “의혹에 성실하게 답하는 것이 대통령실의 바른 태도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거꾸로 이러한 의혹을 전한 야당 국회의원을 고발하겠다니 참 뻔뻔한 태도”라고 한 것이 전부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은 거치고 말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공적인 자리에서 질의를 한다는 것은 본인이 사실 확인을 하고 재차 확인하는 자리가 됐어야 한다”며 “김 의원의 경우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팩트체크를 제대로 안 했다는 것은 비난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충수가 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