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밖에 없는 캐스팅보터지만 진영을 생각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매일 합니다. 저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오른쪽, 왼쪽 다 쓸 겁니다.”
21일 동안 이어졌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끝났지만, 이제 상임위별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쟁점법안들을 심의하고 의결해야 하는 상황을 앞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한 말이다.
조 의원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쟁점법안 통과의 열쇠를 쥐게 된 본인의 역할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사위에 올라온 쟁점법안을 보면 특검법들이 있는데,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처리할 경우 법사위원 18명 중 5분의 3이 동의할 때 자동 상정된다”며 “나중에 하반기 법사위 패스트트랙에 대한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진영이 아니라 모두가 동의하진 않더라도 합리적 판단을 하려고 한 정치인이라는 말은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법사위에서 조 의원의 입지는 ‘정국의 키맨’이다. 여야 간 쟁점법안의 통과 여부가 조 의원의 결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처리하려 할 경우 법사위원 18명 가운데 5분의 3인 11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민주당 소속 위원은 10명이라 조 의원의 조력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민의힘도 조 의원의 조력이 필요하다. 거대 야당이 추진한 법안 통과를 저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제 의원실은 비무장지대(DMZ)… 여야를 넘나드는 정치도 있어야”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각각 조 의원을 포섭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는 모양새다. 조 의원은 “양쪽 당 의원들 모두 친하게 지내자고 먼저 다가오기도 하고, 근래 들어서는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같다”며 “법사위 회의를 진행하다가 쉴 때면 국민의힘 의원들도, 민주당 의원들도 먼저 와서 제게 차별금지법, 감사완박법, 노란봉투법 등에 대한 생각도 물어본다. 아무래도 제 전공이 경제여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제가 세계은행에서 일할 땐 좌(左)인지 우(右)인지 묻지 않았다. 오직 사회 현안 문제를 풀 수 있는지, 문제를 푸는 게 제 전부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국회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좌인지 우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이날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넥타이 하나까지 신경써야 했던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저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면 오른쪽이건 왼쪽이건 다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의 정치관은 ‘삼분지계’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추진한 전략 중 하나인 ‘천하삼분지계’에서 따온 말로, 나라를 위·촉·오로 나눠 서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사위 내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시대전환 3개 정당이 법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과정에서 결국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조 의원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여야 의원 중에서 어느 쪽과 더 친하냐는 질문에 조 의원은 ‘우문현답’을 내놨다. 그는 “제 의원실이 진짜로 DMZ, 비무장지대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의원이랑 차를 마시다가 의원이 나가고 나면 그 다음엔 민주당 의원이 찾아온다”며 “이런 정치도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웃어보였다.
특히 안보문제에서 조 의원은 여야 모두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너무 상징적 대화 카드만 쓴 부작용이 크다”며 “저라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지금 전화해서 평화특사로 북에 보내고 싶다. 가주실 의사가 있다면, 김정은과 친하다고 하니, 이런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오른쪽 왼쪽 모두 다 쓰는 정치”라고 부연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도 말하지 않았나. 외교엔 감정이 없다는 것”이라며 “오른쪽 왼쪽 다 써서 (대북 정책에) 운동장을 넓게 다 써야 할 때”라고 짚었다.
◇ “감사완박법·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진영 벗어나 본질을 살펴야”
조 의원은 여야 쟁점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중점 민생법안 리스트를 냈는데, 공통분모가 아예 없었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됐으면 무조건 추진했을 반도체 지원법을 빼버렸고, 국민의힘은 노동 관련 법안을 단 하나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야 간 정쟁 때문에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논란이 된 쟁점법안에 대해 조 의원은 진영논리를 최대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기관 중 1.5일의 국회 감사가 전부인 감사원 관련 법에 대해 “개정하되 효력발생을 다음 대선 이후로 하자고 할 것이다. 감사원을 정치적 도구로 쓰지 않고 전문적인 독립기관으로 남겨야 한다”며 “본회의장에서 감사원장과 건설적으로 대화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또 양곡관리법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 의원은 “쌀은 국방, 경찰, 외교 등 시장경제 예외로 한 서비스와 다른 분류체계”라며 “분류체계를 함부로 깨는 건 안 된다. 누가 우리 농민들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겠나. 다만 이게 정말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조 의원은 11월 초쯤 국민의힘·민주당 의원들을 모두 불러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난상토론·찬반 세미나를 진행한 뒤 본인의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조 의원은 노란봉투법이 놓친 사회적 본질은 정규직 노조와 하청 노조의 이중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노 갈등 현상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문제 본질을 알았다면 노란봉투법이 돼서는 안 된다”며 “본질은 정규직과 하청노조의 임금격차가 주는 불공평”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대임금제로 가든지,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같이 노동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임금을 똑같이 받겠다(했어야 했다)”며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사회적 대화를 했다면, 노란봉투법은 중요치 않다. 결국 노동양극화의 적극적인 해결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 “특검보다는 사건에 대한 수사에 집중… 대장동 수사는 반드시 해야”
조 의원은 특검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내비쳤다.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특검법’의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은 자극적 소재 이상도 아니다”라며 “정치적 결론이 그러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이혼해야 끝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결혼 전 배우자가 한 행동을 연대 책임지라고 하고, 논문 표절이 특검 대상이라면, 도대체 우리나라엔 특검이 몇 개나 더 있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장동 스캔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조 의원은 “화천대유 수익률이 11만%다. 박영수 특검, 양승태 대법원 판사 등 우리 사회의 소위 ‘성 안 사람들’이 들러 붙어, 진영 관계 없이 이익공동체를 이룬 범죄”라며 “해당 범죄에 관련된 사람들이 반드시 처벌받고,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부당이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서민들이 보기엔 접근도 못할 정보와 권력, 그 결과로 돈을 나눠 가진 거대한 ‘머니게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대장동 특검법에 대한 찬성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수사는 찬성이다”라면서도 “수사 수단이 검찰일지, 특검일지, 공수처일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동에 대한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여야 간 특검 주장으로 국민을 선동, 호도하지 말고 본질에 집중했으면 한다. 대장동 사건 수사를 하되 인물을 중심에 놓고 하는 표적 수사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정감사 21일간 여정, 데시벨 싸움… 미래지향·통합 중심 정치 지향하고파”
조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 대한 소회를 ‘데시벨 싸움’이라고 밝혔다. 그는 “논리가 궁하면 목소리가 올라간다”며 “국감장에서 피감기관들을 압박하는 방법은 논리고, 국민에 대한 더 깊은 이해”라고 말했다. 이어 “목소리가 커지면 논리가 빈약한 것”이라며 “제겐 참 힘든 하이라이트였다. 저도 기동민 의원과 붙어 정회됐잖나. 부끄러웠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조 의원은 지난 18일 기동민 민주당 의원과의 설전을 회상하며 “정신적으로 집단 구타당한 날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외람된 말씀이지만 반(反)독재는 할 순 있어도 진정한 민주주의는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재를 타도하는 것과 민주주의를 살려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며 “반독재를 하려면 스크럼을 짜고, 뭉치고, 단일대업을 이루고, 우리 편 고생했으니까 챙겨줘야 한다, 이런 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여전히 ‘최고 존엄’이라는 표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조 의원은 미래 지향적이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정치를 펼치고 싶다고 전했다. 조 의원이 표방하는 정치 표어는 ‘포워드(Foward)’와 ‘투게더(Together)’다. 그는 “정치에서 영웅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도 영웅이 아니다”라며 “과거가 아닌 미래 의제들을 지금껏 그랬듯 던지고 싶다. 플랫폼 노동자나 로봇, AI 등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하고 함께 가는 정치를 지향한다”며 “제가 이곳 국회에 있으면서 100% 다 책임 지지는 못하더라도 70~80% 국민과 함께 가고 싶다. 적어도 저 때문에 나라가 서로 싸우지 않고, 조용하고 평안한 정치를 이뤘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조정훈 의원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상문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에서 국제개발석사(MPA/ID) 학위를 받았고, 300:1의 경쟁률을 뚫고 세계은행의 영 프로페셔널(Young Professional) 프로그램에 합격해 국제 경제 개발 전문가로 입문했다
세계은행에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첫 부임지인 나이지리아를 시작으로 코소보, 알바니아, 벨라루스, 방글라데시, 인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일했다. 2014년부터 우즈베키스탄 세계은행 사무소 대표로 근무하며 우즈베키스탄의 경제 개발, 포용적 성장,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책 자문, 20억 달러(2조 원)에 달하는 세계은행 개발 사업의 총책임자로 활동했다.
2016년 귀국해 여시재 부원장으로 활동했다. 아주대 통일(평화)연구소 소장, 세계학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소장 등을 맡았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 비례대표로 당선됐으며, 이후 제명 절차를 거쳐 시대전환 당 대표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