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보증 채무를 이행하겠다고 27일 밝혔다.
베트남 출장을 떠났다가 하루 일찍 귀국한 김 지사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을에 늘 해오던 2차 추경을 취임 후에 하지 않고 아껴놓은 게 있다”며 “재정 상황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서 12월 15일까지 갚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고 밝히고,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설득해오는 과정 중에 의외의 사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한 것에 대해 “조금 미안하다”며 “어찌 됐든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강원도는 이제 할 만큼,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다”며 “채권단에서도 연내 채무 상환 입장에 대해 법적 조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권이 안정을 찾도록 같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이날 레고랜드 채무 2050억원을 12월 15일까지 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내년 1월29일까지 보증 채무를 갚겠다고 밝혔다가 6일만에 상환 기간을 앞당겼다.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이날 오전 강원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채권자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지속 검토하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왔다”고 말했다.
강원도가 중도개발공사 보증 채무를 앞당겨 갚겠다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한 것은 금융시장에 준 충격이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자체 뿐 아니라 공기업까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등 채권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자 조기 상환을 약속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