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증권거래세 등 각종 세금 완화를 통해 2024년까지 13조원 감세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막혀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감세 카드에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반대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으로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당초 정부 발표에 따라 2025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민주당이 원안 시행을 주장하면서 기존 법대로 내년 1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 시행 유예는 상위 1%를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부자 감세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지난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금투세법은 연간 5000만원 이상 투자 수익에 최대 27.5%(지방세 2.5%)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해당 법안 폐지를 공약했고, 취임한 뒤 지난 6월 내놓은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시행 시점을 2년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금투세법은 시행 시점이 법에 명시돼 있어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거두지 않으면 시행 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원 300명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고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에는 총 26명 중 과반인 15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개정안도 민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 막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종부세법 개정안도 국세청이 제시한 올해 시행 데드라인(20일)까지 불과 4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관련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감세안의 주요 내용인 부동산 임대사업자 세부담 감면을 비롯해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폐지, 해외 자회사 배당금 95% 비과세 또한 민주당의 반대에 막혔고 반도체 등 전략기술 세제 지원은 민주당에서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세제 지원 방향을 틀어놨다. 민주당은 가업상속공제·가업승계증여공제를 2배로 확대하는 개정안 또한 상장사를 제외하자며 대상 기업들을 크게 줄였다.

투자·임금·상생협력 등에 사용하지 않는 유보소득에 20% 세율로 추가 과세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규정도 정부는 일몰 폐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앞서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7월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과세 기준이 낮다"며 "이런 것을 근거로 재벌과 대기업,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하는 윤석열 정부는 재벌과 초특급 부자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정부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것에 대해 "법인세의 실제 실효세율은 17% 내외"라고 했다. 또 국제적으로 법인세가 높은 수준이라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하는데, (한국의 법인세율이) 외형적으로 미국보다 조금 높아 보이나 미국은 소위 주세(州稅)가 거의 8~10% 빠져있는 세금이다. 미국 지방정부 세금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법인세도 높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세제개편안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납세자들이 혼란을 겪고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종부세와 관련해 오는 20일까지 정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올해 공시가 기준 11억원 이상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소유자 대부분이 종부세를 내야 한다.

또한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들을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수 의석을 앞세워 강행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쌀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지난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일방적 진행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 같은 민주당의 세제개편안 반대 행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경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며 "종부세 등 납세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벌어지면 민주당도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정권이 바뀌면서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에 요구했던 부동산 안정이나 일자리 창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민심이 돌아서게 될 텐데 민주당은 이를 노리고 부자 감세 프레임을 내세우는 것"이라며 "거대 야당의 반대에 계속 막히면 정부·여당은 결국 국민에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의 반대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피해는 국민들이 본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