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은 현대 민법의 기본을 흔들자는 것이다."

"노조를 탄압하려는 것 아니냐."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에 오간 말이다.

이날 국회 환노위는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노사관계 현안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여러 차례 정회와 재개를 반복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민주당, 정의당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노란봉투법' 통과에 사활을 걸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이다. 야권은 노동자 권익 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권은 귀족노조를 위한 것이고 맞선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5개월간 노동문제 대응에 따라 근로손실시간이 단축됐다며 불법엄단과 최약자를 보호한다는 '투트랙' 기조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의 기조를 바탕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권의 주장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관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사노위·중앙노동위원회·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뉴스1

◇노란봉투법은 귀족노조 위한 것...대통령실 투트랙 대응 방침

13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민노총은 자신들의 강성 노동운동 방식이 통하지 않는 환경이 돼 감에 따라 불법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없게 하거나 불법파업을 합법 파업으로 만드는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청구 건수 기준 민노총이 94%, 인용액 기준으로는 99.9%를 차지하는 등 민노총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상당히 문제가 많은 법"이라며 "일방적으로 노동조합 측, 그것도 강성노조만 유리한 법 개정은 우리 국민적인 합의를 못 받을 것으로 본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통령실이 사실상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셈이다.

유최안 대우조선 하청지회 부지부장이 지난 7월 19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도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尹정부, 文 비해 근로손실시간 3분의 1로 단축...대통령실 자신감 이유

대통령실의 이 같은 방침에는 '팩트'로 증명된 자신감이 깔려있다. 윤 정부 출범 후 대우조선해양 파업 마무리, 완성차 업체 12년 만의 무파업 임단협 등 윤석열 정부의 노사갈등 대응이 지금까지는 잘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역대 정부의 5월 10일부터 9월 16일까지 근로손실일수는 문재인 정부의 약 34만 시간에서 윤석열 정부는 약 10만 시간으로 3분의 1 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는 윤석열 정부의 불법엄단·최약자보호 등 '투트랙' 대응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민노총과 야권의 노란봉투법 추진 사활에도 이 같은 대응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운 배경이다.

야권의 공세가 거센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관련 법안에 대해 거부한 바가 있는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지난 2015년 국회가 행정부에 시행령 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힘으로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전례에 따라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생각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 통과 후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로 돌아가, 다시 재의 후 과반출석 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하더라도 결국 윤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한 셈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앞서 불법 엄단 등 '법적인 대응'을 강조한 만큼, 여소야대 국면에서 관련법이 통과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