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라며 “진상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이를 최초 공개한 MBC와 전면전을 선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해당 발언이 MBC를 통해 공개되기 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데 따른 여야의 실체 규명 및 진실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尹대통령 “사실과 다른 보도에 따른 동맹 훼손은 국민 위험”

전날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이날 아침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최근 미국 방문 중에 일어난 이른바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훼손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진상이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동맹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유엔총회를 계기로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 의회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을 일으켰다. MBC는 “(미국) 국회에서 이 새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다만 이런 내용의 보도는 MBC보도도 되기 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 언론에서 기사화 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후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한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고 해명했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것이다. 김 수석은 ‘이 XX’ 역시 미 의회가 아닌 한국 야당을 지칭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제2의 광우병 조작선동’ 진상 해명 요구

국민의힘은 MBC에 대해 ‘제2의 광우병 조작선동’이라고 선언하면서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의 행태는 이대로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순방 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MBC가 (영상을) 입수하고 방송한 시간이 있는데 그 전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걸 다 알고 있었다”며 “박 원내대표가 누구한테 이걸 받았는지, MBC는 이걸 갖고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2008년 광우병 조작 선동이 있었다. 당시 MBC는 명백한 거짓말로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며 “정부에 촉구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MBC의 조작 선동에 엄정하게 대응하라. 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만든 조작과 선동이 바로 사건의 본질로, 해프닝을 애써 외교 참사로 비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도 “조작된 광우병 사태를 다시 획책하려는 무리들이 스멀스멀 나타나 꿈틀거리고 있다”고 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 역시 “MBC가 (윤 대통령) 뉴욕 발언을 보도한 것은 지난 22일 오전 10시 7분, 민주당 박홍근 원내 대표의 관련 발언은 오전 9시 33분이었다”며 “보도도 안 됐는데 어떻게 먼저(알았나)?”라고 지적했다. 언론인 출신인 김 비대위원은 “난 편집국장 출신인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고민된다”며 “민주당이 유튜브를 보고 먼저 알았다고? 방송사가 국제행사 풀 영상을 보도도 하기 전 유튜버들에게 넘겨줬다는 얘긴가. 이 무슨 헛소리. 방송 윤리를 넘어 법적 문제가 있을 듯”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민주당, 주장 아닌 증거 대야 입장...이상민 “수준 이하의 막말에 대한 비판”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일단 사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추측성으로 이 사태를 호도시키는 건 정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저도 그걸(보도 경위) 확인하려고 했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면서도 “진위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본질과는 관계없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그랬냐, 안 그랬냐는 별개의 차원이고 별개의 차원에서 규명해야 할 문제다”며 “대통령의 품위와 국가 위신, 체통이 있음에도 공식석상에서 여러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수준 이하의 막말을 한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이 XX’에 대한 지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걸 ‘MBC와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가 ‘어쩌고저쩌고했다’’라고 하는 건 확증도 없으면서 그 사태를 흐리려고 하는 물타기”라며 “그런 소위 작전, 전략 가지고서 이 사태를 호도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 의원은 “주장을 할 게 아니라 증거를 대야 한다. 대통령께서 불편하지만,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제일 잘 알 거 아니냐”라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의혹이라고 밀어 붙이지 말고 공식주장을 해달라”고 밝혔다.

외교참사로 규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연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생 위기에 외교참사까지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라며 “야당이 힘을 내 잘못은 신속하게 바로잡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