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직전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시행령을 개정해 사실상 무력화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귀)'을 시행하자, 민주당에서는 '한 장관 탄핵론'이 제기되고 있다. 강성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의 주장에서 시작된 이 주장은, 친명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에서도 제기됐다. 다만 한 장관이 현재 여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여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해 신중론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일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관련 법무부 브리핑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수원복' 시행령에 野 반발…국회 답변 '태도'도 문제 지적

민주당에서 한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검수원복' 시행령 때문이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법'은 검사의 수사개시 대상을 '부패·경제 등'으로 한정했다.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제외했다. 그런데 한 장관은 '등'을 근거로 '부패·경제'를 폭넓게 해석해 시행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 선거·공직자범죄 일부를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되살렸다.

한 장관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한 장관을 해임 건의해야 한다는 당내 주장과 관련해 "법사위에서 한 장관 발언이나 답변 태도를 보면 최소한의 예의나 회의 규칙조차 따르지 않으려 한다"며 "의원이 개인 신상발언을 하는데 장관이 끼어들어 의사를 방해하는, 정말 기본적인 규칙조차 지키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 장관은 국회에서 민주당의 공세 한 마디 한 마디마다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 장관의 전임 법무장관인 박범계 의원이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해 "(검찰 수사권을) 제한하는 시행령을 가지고 수사권을 오히려 확대하는 개정안으로 만들었다"며 "부패 범죄 안에다가 직권남용을 집어넣고, 경제 범죄 안에다가 마약 범죄를 집어넣는 이런 꼼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진짜 꼼수라면, 위장 탈당이라든가 회기 쪼개기 같은 그런 게 꼼수 아니겠느냐"라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서 '제2의 윤석열' 우려 나와…한동훈 "할 일 하겠다"

친명을 중심으로 한 장관을 향한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고민을 할 부분이 많다. 한 장관이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중 한 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차기 대권주자이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일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장관은 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각4%,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공세를 강화할 경우, 한 장관의 정치적 입지만 튼튼하게 만들어 줄 가능성이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강하게 충돌한 '추-윤 사태'의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한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탄핵 카드를 썼을 때 한 장관을 제2의 윤석열로 키워 줄 수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에서 탄핵한다고 하시니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하면서 헌법 절차에 당당히 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2020년 1월 9일 오후 심재철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본청 로테더홀 계단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 인사를 규탄하며 '법무장관 추미애' 현수막 찢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조선DB

◇자유한국당, 추미애 임명 9일만에 탄핵안 발의했지만 부결돼

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을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의상의 동의가 필요하고,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전체 300석의 의석 중 169석을 갖고 있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언제라도 탄핵안을 발의하고, 의결에도 문제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한 장관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월에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패싱'이 발생했다며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장관 임명 9일 만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정부 때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문재인 정부 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모두 부결되거나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다.

헌정 사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경우는 15건(동일한 대상에 대한 안건은 1건으로 집계)이지만, 가결된 경우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임성근 전 부장판사 등 3건 뿐이다. 역대 국회에서 장관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사례가 없으므로, 민주당이 한 장관 탄핵안을 발의하더라도 원하는 바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