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다른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고, 그 말의 의미가 뭔지 생각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결자해지 요구’ 발언 관련 질문을 받자 한 답변이다. 그러자 이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한 ‘어록’으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으로부터 ‘이 대표가 결자해지라는 말을 쓰면서 대통령과 당대표의 갈등을 본인이 직접 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이어 “오로지 제 머릿속에는 어려운 글로벌 경제 위기와 우리가 입은 재난에 대해 국민 어떻게 살필 것인지, 그거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근자에 해본 적이 없다. 죄송합니다”라며 약식 회견을 마쳤다.
비슷한 발언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있었다. 지난달 17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겨냥해 여러 지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여당 내에서 집안싸움이 이어진다면 국정 운영에도 상당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은 “작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였다. 또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의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고”라고 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것이다.
이 같은 윤 대통령 발언에 이 대표는 이날 “’나는 돈에 관심 없어요’ 하는 사람을 경계하셔야 돼요. 그 사람은 돈에 미친 사람입니다”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어록을 담은 이미지 파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발언을 한 사람은 인터넷 강의로 수능 지리 과목을 가르치는 이기상 선생님이다. 윤 대통령이 당무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당무에 매우 관여하고 있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갈등 상황에 대한 질문에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 묶은 사람이 누군인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갈등을 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께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에게 어떤 지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윤핵관들의 행동에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체리따봉’ 문자로 알지 않았냐”며 “‘내 생각은 윤핵관과 다르다’는 말씀을 하신 것도 아니어서, 많은 국민들이 윤핵관의 행동과 대통령의 행동을 결부지어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을 빨리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