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국회, 산업계가 한국산 전기차를 미국 정부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형식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가 IRA는 "한국 기업에 미국에 투자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국 주지사들에게 IRA 관련 협조를 요청했지만, 정작 방한 목적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유치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 중인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 주지사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일라리이 마조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IRA의 영향으로 미국 주지사들이 한국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마조코 연구원은 "주지사와 각 주의 대표들, 그리고 워싱턴의 대표들은 한국 기업들의 원래 계획이었든 아니든 간에 미국에 더 많은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 기업 중 얼마나 많이 이런 기회를 잡는지 봐야 하겠지만, IRA의 요점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각 주에 선제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에 나섰으며, 향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데 있어 중요한 파트너"라며 "한국(기업)은 미국에서 2025년까지 가동될 배터리 공장 대부분을 짓고 있다"고 했다.

IRA가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내놓았다. 스탠거론 국장은 "IRA 구조 상 중국 배터리 업체가 미국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그렇다"고 했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 최종 생산을 미국에서 해야 한다. 또 배터리의 광물 원료 비율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된 것으로 2023년 기준 4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주지사는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홀콤 주지사에게 "최근 미국에서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우리 기업의 우려가 크다"며 "우리 (미국) 진출 기업들이 차별 없이 미국 기업들과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주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홀콤 주지사의 방한 목적은 한국 전기차·배터리 관련 업계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VOA 보도 내용이다. 인디애나주지사실은 VOA에 보낸 설명자료에서 "홀콤 주지사가 서울에서 진행한 회의에 만족했다"며 "인디애나주가 건설하고 있는 대체 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를 강조할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SDI는 다국적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25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장은 2025년 1분기 가동이 목표다. 인디애나주정부는 최대 14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아이오닉5 /뉴스1

더그 듀시 애리조나주지사도 이달 초 한국을 찾아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VOA가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외곽에 14억달러 규모의 북미 최초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애리조나주지사실은 "주 역사상 최초로 한국과 대만에 해외 무역사무소 설립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며 올해 말 사무실 개설이 목표라고 밝혔다.

VOA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이달 중 경제개발협력단을 이끌고 방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 각 주와 한국 기업 간의 경제협력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IRA가 있다"며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지급이) 해당되기 때문에, 한국의 전기자동차 및 관련 부품 제조사들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두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VOA는 IRA의 영향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내 생산공장을 완공하기까지 2년 간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전했다. 비슷한 성능의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포드의 머스탱 마하E는 보조금을 지급 받아 4만달러대에 판매됐는데, 아이오닉5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돼 마하E와 가격 경쟁을 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