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고, 김 여사의 장신구가 재산신고 내역에서 누락됐다며 윤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 날에 김 여사 관련 두 건으로 공세를 펼친 것이다.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 여사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가 취임 초기부터 '사법리스크'로 위기에 몰리자, 민주당이 적극적 공세로 '맞불'을 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野, 특검 외에 김건희 여사 관련 국정조사도 추진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허위경력·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고, 민주당 소속 전체 의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민주당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검찰은 권력남용적 행태의 진상을 밝히지 못하고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시간 끌기 수사, 봐주기 수사를 반복하면서 위법 행위에 눈 감고 있어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수사 결과에 대해 "무혐의와 불송치로 가려지는 진실에 민심의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국민적 의혹을 더는 덮을 수 없다"며 "김 여사는 대국민 사과는 물론이고 학위논문을 자진 철회하고 각종 법령위반 의혹에 따른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강성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이 지난달 먼저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특검 수사 대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여 의혹 ▲허위 학력·경력 의혹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관련 뇌물성 협찬 의혹 ▲대통령 공관 인테리어 공사 특혜 수주 의혹 ▲대통령 부부 해외 순방 비선 수행 의혹 등 5가지를 들었다.
민주당이 이날 당론으로 발의한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주가 조작 의혹 ▲허위 경력 의혹 ▲뇌물성 협찬 의혹 등 세 가지로 좁혔다. ▲공관 인테리어 공사 의혹 ▲비선 수행 의혹 등은 지난달 민주당 의원 전원 명의로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에 포함됐으므로, 국정조사로 규명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여사 특검법은 특별검사 추천 권한을 민주당이 독점하도록 했다. 특검 임명시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서 2명을 추천하면 그중에서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는데, 현재 교섭단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뿐이다. 국민의힘이 특검 추천에 영향을 미칠 수 없게 한 것이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사 대상이 대통령의 부인이어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다분한 만큼 야당인 민주당이 후보자를 추천하게 해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관련 특검이 실시됐을 때에도 야당이 단독으로 2명을 추천해 1명을 대통령이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법안은 특검팀의 규모를 특검보 4명과 파견검사 20명을 포함해 100여명 규모로 꾸리도록 했다. 특검팀에 파견되는 공무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수사 인력이 현재의 검찰·경찰에서 파견될 텐데, 그 경우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검의 활동기간은 준비기간 20일, 본 수사기간 70일, 연장기간 30일 등 최장 120일로 정했다.
다만 특검법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169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특검법이 통과되려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민주당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김용민 의원이 특검법을 발의했을 때, 당 차원에서 특검법을 추진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이 대표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하고, 이 대표가 불출석하자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강도가 높아지자 맞불을 놓은 셈이다.
◇김건희 여사 장신구 재산신고 안 했다며 尹대통령 고발…대통령실은 "빌린 것" 해명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 대통령이 공직자 재산신고를 할 때 김 여사가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때 착용한 장신구가 고가인데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 누락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장신구를 '빌린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선거 기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는데, 이날 추가 고발한 것이다.
민주당이 문제 삼은 장신구는 시가 6200만원 상당의 펜던트와 1500만원 상당의 팔찌, 2600만원 상당의 브로치 등 3점이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의 배우자 재산 중 품목 당 500만원 이상의 보석류는 재산으로 신고해야 한다.
민주당이 김 여사 장신구 의혹을 제기했을 때 대통령실은 "장신구 3점 중 2점은 지인에게 빌렸고,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한 것으로 금액이 신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실은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팔찌의 경우 수개월간 여러 행사에서 착용한 사진이 발견돼 이 같은 해명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김 여사가 착용한 장신구가) 빌린 것이라면 누구로부터 빌린 것인지, (빌려준) 지인이 직무 관련성이 있거나 대가 없는 무상 대여인 경우 대통령 직무의 포괄성과 권한의 절대성에 비춰 더 심각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김혜경 소환에 "민생이 어려운데"…與 "방탄 배지, 방탄 갑옷 모자라 방탄 특검"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에 참석하러 이동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별법' 당론 발의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혜경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된 데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 민생과 경제가 어려운데 얼마나 고초가 심하십니까"라며 "정치가 국민들의 삶을 챙겨야 하는데 주어진 권한으로 삶을 챙기기 보다는 지나치게 정쟁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김 여사 특검법 발의에 "민주당은 제발 이성을 찾기 바란다"며 "'맞불 특검' '무리수 특검'임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더 이상 없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김 여사 관련 수사는 이미 2년 6개월이나 하고도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특수부, 금감원까지 동원했음을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는 국회의원이라는 '방탄 배지', 당대표라는 '방탄 갑옷'도 부족했는지 민주당이라는 거대 의석 뒤에 숨어 '방탄 특검'으로 민심과 유리된 참호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