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중부지방에 퍼부었던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자택 상황 지휘로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대해서는 확연히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부터 서울 용산 청사에서 철야로 상황을 보고 받고 대책을 수시로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민심의 가늠자'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앞서 미흡한 재난 대응으로 논란이 일었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두 번째 대응에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의 두 번째 재난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5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10분쯤 사전 예고 없이 용산 청사 1층 오픈라운지를 방문해 "오늘 내일은 안심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상황을 챙겨본 다음 피해가 심각한 데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현장을 가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오픈라운지는 주로 기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앞서 이날 오전 6시 39분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수시로 회의를 주재하고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황을 점검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태풍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의 오픈라운지 방문 직후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는 만조 시기와 겹쳐서 하천 범람 등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더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침수 진행 이전에 주민분들을 사전에 대피시켜드리고 도로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조치 후보고', 그리고 신속한 대응이 정부의 재난 대응 태세"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태풍 힌남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 뒤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방문은 사전 예고 없이 이뤄졌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공개적으로 용산 청사에서 철야로 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지난달 집중호우 자택 지시 대응 비판을 반면교사로 삼아 달라진 대응을 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중부지방 집중호우 때 서울 서초구 자택 인근 아파트들의 침수가 시작되는 것을 보고도 정상 퇴근해 논란이 일었다.

실제 지난달 집중호우와 관련, 기자들에게 공지된 윤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비가 한창 쏟아지던 8월 8일 오후 11시 54분쯤에야 나왔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집중호우 상황을 보고받고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 소방청 등 관계기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중심으로 호우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고, 급경사지 유실 등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지역에 대한 사전 주민대피 등 각별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내일 새벽까지 호우가 지속되고, 침수 피해에 따른 대중교통시설 복구 작업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은 상황에 맞춰 출근 시간 조정을 적극 시행하고, 민간기관과 단체는 출근 시간 조정을 적극 독려하라"고 지시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8월 호우 대응 질책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긴급한 위험에 처했을 때 국민 곁에 서 있어야 되는 공직자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지금은 길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없을 정도로 태풍이 근접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야권 일각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과잉 대비가 피해보다 훨씬 좋다"라며 "적응력이 좋으시다. WP(워싱턴포스트) 여성 기자 질문에 여성 장관을 기용하더니 지난 폭우 허술 대비로 이번 힌남노 대비 잘하신다. 다른 국정도 이렇게 하시면 좋겠다"고 했다.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