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9~12일)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명절 선물을 촬영한 ‘인증샷’이 소셜미디어(SNS)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손짓 하나하나는 정치적 해석을 수반한다. 대통령들의 ‘선물 정치’를 되짚어봤다.

최근 페이스북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의 추석 선물 사진. /페이스북 캡처
SNS에 올라온 尹대통령의 추석선물. /SNS캡처

◇사회약자·호국영웅·미래산업 관계자들에 발송...전라·경북·강원·경기·충남 특산품으로 ‘화합’ 강조키도

3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윤 대통령의 추석 선물이 대상자들에게 택배 등을 통해 배송되면서 SNS에 선물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사진들을 보면 포장된 선물 박스 외부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 바로 아래 줄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김건희’라고 적혀 있다.

이번 선물은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원로, 호국 영웅과 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우주 산업 관계자 등 각계 인사 약 1만3000명에게 전달됐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후 강조해온 국정운영 철학과 연관이 있다. 미래 산업 관련 성과를 치하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2동에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방안 간담회를 마친 뒤 홀로 생활하시는 80대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추석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윤 대통령은 최근 낮은 지지율 속 명절을 앞두고 민생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데, 지난 1일에는 서울 종로구 창신2동에서 홀로 생활하시는 80대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해당 추석 선물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첫 명절 선물은 전남 순천의 매실청, 전북 장수의 오미자청, 경기 파주의 홍삼양갱, 강원 원주의 볶음 서리태, 충남공주의 맛밤, 경북 경산의 대추칩 등으로 구성됐다.

대통령실 측은 “각 지역의 화합을 첫 명절 선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역 안배’ 차원이라는 얘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추석 선물. /연합뉴스

◇盧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지역 안배’ 선물 전통

‘지역 안배’ 선물의 원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취임 후 첫 추석 선물로 지리산 복분자주와 경남 합천 한과를 보냈다.

당시 청와대는 “호남과 영남 특산품을 합친 국민통합형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이 같은 전통을 유지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매년 전국 각지의 민속주를 한 해 한 가지씩 골라 선물했는데, 2004년 추석에는 한산 소곡주, 2005년 김포 문배주, 2007년 전주 이강주가 전국 지역 특산물과 함께 배송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7년 추석 선물. /연합뉴스

정권 교체 직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설 명절 선물도 경기 김포의 문배주와 전남 광양의 매실액, 경북 문경 오미자청, 충남 부여 밤 등으로 구성됐다. 이 역시 지역 안배가 반영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석 선물도 경산 대추, 여주 햅쌀, 장흥 육포 등 전국 각지의 특산물이 담겼다. 2013년 추석 때 육포·찹쌀·잣 세트를 선물했고, 2014년에는 육포·대추·잣 세트를 선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추석 선물로 각 지역 특산 농산물을 애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08년엔 강원 인제 황태, 충남 논산 대추, 전북 부안 김, 경남 통영 멸치를 선물로 보냈다.

김대중(오른쪽)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대통령기록관 제공

◇YS는 ‘거제 멸치’, DJ는 ‘신안 김’ 등 과거엔 統 출신 지역 반영

과거에는 대통령 출신 지역을 반영한 품목이 대부분이었다. 김대중(DJ)·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모두 명절 선물에 출신 지역을 반영했다.

경남 통영 출신인 YS는 재임 기간뿐만 아니라 정계 입문 이후부터 주변에 멸치만 선물해 해당 멸치에는 ‘YS멸치’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이 멸치는 김 전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옹이 고향 거제도에서 잡은 멸치로 당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전남 신안군 하의도가 고향인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명절이면 신안산 김과 한과, 녹차 등을 선물했다. 때로는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직접 고른 우리 농산물이 선물상자에 담기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대통령들은 주로 한 가지 품목을 애용했다고 한다. 전두환·박정희 전 대통령은 인삼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