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제동이 걸렸지만, 국민의힘은 ‘새 비대위’를 구성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당이 정상화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내 최다선과 옛 친박(親朴) 핵심 등 무게감 있는 중진들이 당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도 당 내홍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경태(5선) 의원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지도부는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한다. 이번 의총 결정은 국민과 당원을 졸로 보는 것”이라며 “당과 국가를 사랑한다면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대로 가면 파국이 예정돼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않고 출범한 비대위, 그에 따른 가처분 인용, 대통령께서 금주령을 내린 행사에서 원내대표의 음주.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이 맞느냐”라며 권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조 의원은 ‘전날 의총의 의사결정이 잘못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어제 의총에 70여명이 참석했고, 불참한 의원 대다수에는 지금의 원내대표가 안 된다는 기조가 깔려 있다고 본다”며 “보이콧 성격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지도부에 혼란한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정통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미 권 원내대표는 그 정통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시킨 것에 대책으로 당헌·당규를 고쳐 새 비대위를 구성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조 의원은 “자기들에게 불리하다고 당헌·당규를 고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해온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며 “우리가 비판했던 민주당과도 다를 게 없다. ‘내로남불’ 식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의 추가 징계 촉구 등을 결정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 추가 징계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어느 한 사람을 쫓아내려고 온 당력을 쏟아 붓는 게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들도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옛 친박 핵심 윤상현(4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날 의총 결정에 대해 “정치를 죽이고, 민주주의를 죽이고, 당을 죽이고, 대통령을 죽였다”며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게 정치를 살리는 길이고, 민주주의와 당과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김태호(3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분란과 혼란을 수습하려면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권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사태 수습의 첫 단추”라고 했다. 이어 “당이 또 다시 민심을 외면하는 길을 가려 해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오기를 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병욱(초선) 의원은 당헌·당규를 고쳐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당의 결정에 대해 “위법, 탈법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며 “준법 절차 이행보다 이준석 제명에 더 열을 낸다면 우리 당은 위헌 정당, 반민주 정당에 더해 ‘치졸한 꼼수 정당’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고위원회를 복구하는 유권 해석을 득하는 게 법치주의 민주 정당의 마땅한 수순 아니냐”며 “’체리 따봉 해프닝’ 이전으로 당 체제를 돌리는 것이 법원의 결정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새 비대위’ 구성에 대해 “하지 마라는 걸 더 하겠다는 불량학생 심보”라며 “잘못을 고치라는 쓴소리에 더 어깃장내는 비행 청소년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핵관 책임론’을 꺼냈다. 김 위원장은 “정치적 능력도 경험도 없이 무능과 무책임으로 집권·여당을 이 지경까지 만든 것에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 대표 책임은 끈질기게 물으면서 윤핵관은 왜 단 하나의 책임도 안 지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가시적으로 보이는 권성동 원내대표 뿐 아니라, 뒤에 숨어 대통령 내세우며 호가호위하고 국회의원 줄 세우고 자기정치에만 몰두하는 장 모 의원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장 모 의원’은 장제원 의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는 “전쟁을 중단하고 잠행과 집필, 묵언으로 사태를 지켜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핵관 책임론이 대통령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핵관과 결별해야 한다”며 “이 대표와 핵관의 동시퇴진 이후 정상적 당정관계를 회복해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