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제동이 걸렸지만, 국민의힘은 ‘새 비대위’를 구성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당이 정상화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내 최다선과 옛 친박(親朴) 핵심 등 무게감 있는 중진들이 당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도 당 내홍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경태(5선) 의원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지도부는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한다. 이번 의총 결정은 국민과 당원을 졸로 보는 것”이라며 “당과 국가를 사랑한다면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대로 가면 파국이 예정돼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않고 출범한 비대위, 그에 따른 가처분 인용, 대통령께서 금주령을 내린 행사에서 원내대표의 음주.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이 맞느냐”라며 권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조 의원은 ‘전날 의총의 의사결정이 잘못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어제 의총에 70여명이 참석했고, 불참한 의원 대다수에는 지금의 원내대표가 안 된다는 기조가 깔려 있다고 본다”며 “보이콧 성격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지도부에 혼란한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정통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미 권 원내대표는 그 정통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와 현 지도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 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시킨 것에 대책으로 당헌·당규를 고쳐 새 비대위를 구성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조 의원은 “자기들에게 불리하다고 당헌·당규를 고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해온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며 “우리가 비판했던 민주당과도 다를 게 없다. ‘내로남불’ 식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의 추가 징계 촉구 등을 결정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 추가 징계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어느 한 사람을 쫓아내려고 온 당력을 쏟아 붓는 게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들도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옛 친박 핵심 윤상현(4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날 의총 결정에 대해 “정치를 죽이고, 민주주의를 죽이고, 당을 죽이고, 대통령을 죽였다”며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게 정치를 살리는 길이고, 민주주의와 당과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호(3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분란과 혼란을 수습하려면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권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사태 수습의 첫 단추”라고 했다. 이어 “당이 또 다시 민심을 외면하는 길을 가려 해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오기를 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병욱(초선) 의원은 당헌·당규를 고쳐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당의 결정에 대해 “위법, 탈법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며 “준법 절차 이행보다 이준석 제명에 더 열을 낸다면 우리 당은 위헌 정당, 반민주 정당에 더해 ‘치졸한 꼼수 정당’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고위원회를 복구하는 유권 해석을 득하는 게 법치주의 민주 정당의 마땅한 수순 아니냐”며 “’체리 따봉 해프닝’ 이전으로 당 체제를 돌리는 것이 법원의 결정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새 비대위’ 구성에 대해 “하지 마라는 걸 더 하겠다는 불량학생 심보”라며 “잘못을 고치라는 쓴소리에 더 어깃장내는 비행 청소년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핵관 책임론’을 꺼냈다. 김 위원장은 “정치적 능력도 경험도 없이 무능과 무책임으로 집권·여당을 이 지경까지 만든 것에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 대표 책임은 끈질기게 물으면서 윤핵관은 왜 단 하나의 책임도 안 지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가시적으로 보이는 권성동 원내대표 뿐 아니라, 뒤에 숨어 대통령 내세우며 호가호위하고 국회의원 줄 세우고 자기정치에만 몰두하는 장 모 의원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장 모 의원’은 장제원 의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는 “전쟁을 중단하고 잠행과 집필, 묵언으로 사태를 지켜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핵관 책임론이 대통령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핵관과 결별해야 한다”며 “이 대표와 핵관의 동시퇴진 이후 정상적 당정관계를 회복해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