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선 1호 과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과 26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와 관련해 언급했는데, 발언의 취지가 다소 다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같은 날 오후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회의에서 대형마트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제 기억으로 말씀드리면"이라고 전제한 후, "(윤 대통령이) '총리실에서 아주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지금 당장 제도를 변경하는 것 없이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특히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많이 경청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최 수석의 전언이다.
최 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존폐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당장 소상공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라며 "필요하다면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 등 종합적인 고려를 실증분석과 함께 매우 신중하게 진행해 나가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발언은 윤 대통령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관련 규제를 당분간 현행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데 무게를 뒀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만 최 수석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규제심판제도로 절차에 들어가 논의를 하고 있다"며 "로드맵이 있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이고 실증적 분석으로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하루 뒤인 이날은 '규제 폐지' 쪽에 무게를 둔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로봇기업 '아진엑스텍'에서 주재한 첫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옥죄는 규제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법령 한 줄, 규제 하나가 기업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이념과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철저하게 현실의 문제"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규제 중 하나인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에 대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민간 주도로 규제혁신은 추진되어야 한다"며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규제심판제도를 통해서 민간이 규제 개선의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심판제도는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기 위해 이번 정부가 특별히 고안해낸 제도"라며 "현재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와 관련된 사항을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매월 이틀간 대형마트가 문을 닫게 하는 규제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매월 이틀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90% 지자체가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24시간 제품을 주문, 배송 받을 수 있는 네이버, 쿠팡 같은 이커머스가 급부상하며 대형마트의 영업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영업 규제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고 주장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총리 주재로 규제 혁신을 위해 각계각층이 논의하는 자리인 규제심판회의를 신설하고 1호 안건으로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올렸다. 지난 4일 1차 회의를 열어 규제개선을 건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반대 측인 전국상인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과 담당 부처 관계자가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지난 24일 열릴 예정이었던 2차 회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소상공인 단체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발하는 주장이 제기되자 일보 후퇴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7개 규제를 심판회의 안건으로 지정했다. ▲수산물 유통업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 ▲휴대폰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 ▲미혼부 출생신고 제도 개선 ▲반영구 화장 비의료인 시술 허용 ▲렌터카 차종 확대 ▲외국인 학원 강사 학력제한 완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