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하고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 경호가 한층 강화됐다. 퇴임 직후부터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시위자들이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어, 문 전 대통령 가족을 더 강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 경호처는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의 경호 구역을 확장해 재지정했다”고 밝혔다. 경호를 강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평산마을에서의 집회·시위 과정에서 모의 권총, 커터칼 등 안전 위해 요소가 등장하는 등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했다.
기존 경호 구역은 사저 울타리까지였다. 이번 조치로 경호구역이 울타리부터 최장 300m까지로 넓어졌다. 집회·시위 소음 때문에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평산마을 주민들의 고통도 함께 고려했다고 경호처는 설명했다.
이 조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평산마을 자택 인근 경호구역 확장,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 대통령과 평산마을 주민의 고통, 안전을 생각한다면 늦었지만 합당한 조치”라고 했다. 이어 “최근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김진표 의장이 제시한 해법을 윤 대통령이 수용해 경호처를 통해 신속히 조치를 취하신 것으로 안다”며 “김 의장, 윤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15일 저녁 퇴임 후 처음으로 평산마을 산책을 나갔다.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사저 인근에서 석 달 넘게 욕설과 소음을 동반한 1인 시위를 장기간 벌인 60대 남성 A씨는 경호원과 함께 산책하던 문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다가가 “겁○○○ 없이 어딜 기어 나와” 등 모욕성 발언을 하며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그날 밤 양산경찰서를 직접 찾아 A씨를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이튿날인 16일 오전 8시11분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1인 시위를 준비하다가 공업용 커터칼로 주변 사람과 문 전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협박했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A씨가 사저 앞에서 1인 시위를 준비하면서 소란을 피우고 욕설을 하다 호주머니에서 공업용 커터칼을 꺼내 문 전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A씨를 하북파출소로 데려가 조사하자, 집회를 벌이는 단체 일부 회원이 몰려가 항의하기도 했다.
A씨의 주소지는 경기도로,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통도사 앞 모텔이나 평산마을 인근 마을에 세를 얻어 평산마을로 출퇴근하며 석 달 넘게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이적행위를 했다거나, ‘부정선거가 이뤄졌다’, ‘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국민 자유를 빼앗았다’ 등 주장을 했다. 또 군복을 입은 채 욕설이 섞인 시끄러운 시위를 지속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주민들의 일상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건강한 삶마저 위협받는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모욕·협박 혐의로 평산마을 시위자 4명을 고소했다. 그 중 1명이 A씨다.
이 사건에 대해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퇴임한 대통령 부부의 삶을 위협하는 폭력시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에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