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여권은 이 부의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에게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 부의장이 자진해서 거취를 정리한 것이다.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뉴스1

이 수석부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국내외에서 의장인 대통령을 대리하는 위치에 있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신임이나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고 직원들의 고충도 생각했다"며 사의 표명 사실을 밝혔다.

다만 여권의 사퇴 압박은 부당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 부의장은 "법치국가에서 법에 정한 공직자의 임기는 존중되어야 한다"며 "새 정부가 보수인사 일변도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는 충정에서, 그동안 저는 1년 남은 잔여임기를 다하겠다고 주장해 왔다"고 했다.

이 부의장은 7·4 남북공동성명, 김대중 대통령에 의한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노무현 대통령의 10·4 선언, 문재인 대통령의 9·19 선언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 시대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새 정부와 민주평통이 앞장 서주기를 기대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의 궁극적인 수단은 외교적 방법밖에 없다"며 "한미동맹으로 안보를 굳건히 하면서도 남북미 간 대화가 가능해질 분위기를 만들어 비핵화와 평화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송파IC2교 인근에서 송파IC2교, 사자교 등 위례신도시 광역도로 경관개선사업 사후 유지관리비용 부담 갈등 관련 집단민원 조정을 위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민주평통 관계자는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 수석부의장이 이날 입장 표명 전에 사의를 표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부의장은 지난해 9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임명됐다. 2년 임기 중 1년 이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전날 대통령실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부의장은 민주당 6선 의원 출신으로, 19대 국회에서 부의장을 지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6월 30일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전현희 권익위원장,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홍장표 원장은 자진 사퇴했고, 전현희 위원장은 여권의 압박이 계속되자 사의 표명을 고심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