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기자 회견을 열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오전 10시부터 40분간으로 예정됐던 회견은 윤 대통령이 추가 질문을 받으면서 총 54분이 걸렸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을 섬기겠다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다만 지지율 하락 원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한 여당 분란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답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질문이 나오자 이날 회견 중 유일하게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약 20분간 모두발언을 통해 100일 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다. 나머지 시간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할 때는 프린트물을 읽었고, 질의 응답시간에는 프린트물 없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선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그 뜻을 잘 받들겠다”며 “저부터 앞으로 더욱더 분골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약 34분간 진행된 질의 응답 시간 중 윤 대통령이 웃음을 보인 건 도어스테핑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가 유일했다. 한 기자가 ‘도어스테핑 답변과 태도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할 것인지’를 묻자, 윤 대통령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음을 보이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결론부터 말하면 계속할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대통령직 수행과정이 국민에게 드러나고 국민들로부터 날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용산으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가 중에 저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며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도 계셨다. 그러나 도어스테핑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이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도 받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윤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과 여당 내부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윤 대통령을 겨냥해 지적을 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저는 작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지율 하락에 대한 세 가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세 가지로 말하기는 어렵다. 지지율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치밀하게 꼼꼼하게 따져보겠다”며 “어떤 조직과 정책,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연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소통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짚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다만 인사 쇄신에 대해서는 “국민을 위해,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 위해 아주 치밀하게 점검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과 같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선 안 된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이 끝난 뒤에는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퇴장했다. 이날 회견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및 최상목 경제·이진복 정무·안상훈 사회·최영범 홍보·강승규 시민사회 수석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및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 대통령실 참모 8명이 테이블이 없는 자리에 배석했다. 이날 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약 120명이 모였다. 기자들은 모두 회견 직전 코로나19 자가키트를 통해 검사했으며, 마스크를 쓴 상태로 질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CNN 폴라 핸콕스 기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