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우리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국민들과 당원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 진심을 다해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해 “적어도 이번에 노출된 당의 민낯에 그분들의 부끄러움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현재의 당 상황과 관련해 “제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했다. 가처분신청에 대해서는 “법원이 절차적 민주주의와 그리고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결단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기대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누차 그들이 저를 ‘그 새끼’라고 부른다는 표현을 전해 들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윤핵관들에게 서울 강북지역이나 수도권 열세지역 등 국민의힘의 ‘험지(險地)’인 지역구에 출마하라고 촉구했다.
◇이준석 전 대표 기자회견문
예.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늘 이렇게 기자회견을 잡았으니 우선 날짜에 대해서 많은 해석이 있으시더라고요. 오늘 기자회견 잡으니까 1392년 8월 13일 조선 건국에 맞춰서 한다는 보도부터, 오늘의 운세를 봤느냐 등의 문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그만큼 이 섬(여의도 정치권)은 때로는 우리 만의 이야기에 취해 일반적인 대한민국 국민들이 하는 생각을 뛰어넘는 그런 생각들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8월 7일에 페이스북에 오늘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을 때, 그 시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MBC 8시 저녁 뉴스를 보고 날씨 기상예보를 보고 날씨 기상 예보를 본 다음에 8시 55분에 제가 공지를 했습니다. 저녁 뉴스를 봤더니 산사태와 저지대 침수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있었고 집중호우가 끝난 뒤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그래도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서 날짜를 정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여러 오해는 없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우선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국민들께 그리고 당원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큰 선거에서 세 번 연속으로 우리 국민의 힘을 지지해 주신 국민이 다시 보수에 등을 돌리고 또 최전선에서 뛰어서 승리에 일조했던 당원들이 이제는 자부심보다는 분노의 뜻을 표출하는 상황을 보면서 저 또한 많은 자책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생각입니다.
제가 비대위 출범에 대해서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하니 갑자기 선당후사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 선당후사라는 을씨년스러운 표현은 사자성어라도 되는 양 정치권에서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쓰였던 삼성가노(三姓家奴)보다도 훨씬 더 근본이 없는 용어입니다. 뉴스 검색을 해봐도 2004년도에 정동영씨가 제일 먼저 쓴 기록이 있을 뿐 그전에는 사용되지도 않던 그런 용어입니다.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유례가 있는 용어인 선당정치라는 용어는 공교롭게도 김정은이 휴전선 이북에서 지금 사용하는 신조입니다.
선당후사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개인의 생각을 억누르고 당의 안위와 안녕만을 생각하라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북한에서 쓰이는 그 용어와 무엇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당의 지지층은 이제 크게 둘로 나뉩니다. 태극기를 보면 바로 왼쪽 가슴에 손이 올라가는 국가 중심의 고전적 가치를 중시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있다면 그에 못지않게 개인의 자유와 정의,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당원과 지지자들도 있습니다. 시대에 맞게 지지자도 변하고 당원도 변하는 것입니다. 그에 걸맞게 당도 변화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넘어서 이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자유와 인권의 가치와 미래에 충실한 국민의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수 정당이 지금까지 가지고 왔던 민족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이고 계획경제를 숭상하는 파시스트적인 세계관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많은 우상과 타부를 깨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고작 100여 년 전쯤에 왕을 모시던 나라가 이제 선출된 왕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기까지는 많은 탈피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우리가 벗어 던져야 할 허물은 보수 진영 내에 근본 없는 일방주의입니다. 우리는 87년 민주화 체제가 30년이 넘었으니 이제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해왔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뒤에 우리가 추구해야 될 길은 결국은 다원성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보장되는 세상은 다원성을 근거로 하고 그것은 개인주의와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의 대한민국은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바꿨습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무조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한다는 섬뜩한 전체주의적 사고를 입으로 계속 읽게 하는 것이 부적절했기 때문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충성한다는 문구로 바꿨습니다. 그만큼 국가는 자유롭고 정의로워야 국민의 충성을 받을 수 있다는 쌍무적인 관계로 바꿔 나가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입니다.
당이라고 다르면 안 됩니다. 북한의 선당 정치와 다르다면 당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자유롭게 발언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당원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7일 윤리위 징계 이후 저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정치적으로 진행되고 원칙 없이 정해진 징계 수위라는 것은 재심을 청구한다 해도 당 대표 축출의 목표가 선명한 그들의 뜻을 돌려 세울 수는 없었을 것이고, 그것은 어차피 아직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경찰 수사의 결과에 따라 다투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저는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비대위 전환의 의도는 반민주적이었고 모든 과정은 절대 반지에 눈이 돌아간 사람들의 의중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이 한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서 몇 달 동안 위인설법을 통해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으며 정치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국회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가진 절대적 입법권으로 여러 가지 정책을 무리하게 뜯어고치는 시도를 막아내겠다던 당의 모습이 이제는 사람 하나 잡자고 집단 린치에 이어서 당원 당규까지 졸속 개정하는 자기 모순 속에서 희화화 되고 있습니다.
이번 비대위 전환을 위해 누더기로 만든 당헌·당규와 그 과정은 검수완박을 한다고 모든 무리수를 다 동원하던 민주당의 모습과 데칼코마니가 되어 버렸습니다.
비상 상황을 주장하면서 당의 지도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황당한 발상입니다.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여론조사에서 파악됩니다.
민심은 떠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원내대표에게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입니다. 문제되는 메시지를 대통령께서 보내시고 원내대표의 부주의로 그 메시지가 노출되었는데 그들이 내린 결론은 당 대표를 쫓아내는 일사불란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면 전혀 공정하지도 논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판단입니다.
물론 가장 놀라운 것은 그 메시지에서 대통령과 원내대표라는 권력자들이 그들 사이에서 씹어 돌렸던 그 씹어 돌림의 대상이 되었던 저에게 어떤 사람도 그 상황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적인 비극입니다. 그리고 문자 내용은 당이 잘 돌아간다면서 치하하는 내용과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원내대표의 다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에서 비대위 전환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와 함께 그다음 날부터 갑자기 당 내에서 비상 상황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없는 비상사태를 만들기 위해 상당한 아픔들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군인들이 계엄을 확대하고, 자신들과 뜻이 다른 정치 지도자들에게 사법적 살인을 하고, 급기야는 총구를 국민에게까지 겨누는 아픔이 모두 의도된 비상사태 선언에서 나왔습니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제가 뱉어냈던 양두구육이라는 탄식은 사실은 저에 대한 자책감 섞인 질책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선거 과정 중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이나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던 적도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겪는 과정에서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차 그들이 저를 ‘그 새끼’라고 부른다는 표현을 전해 들으면서,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지’라고 참을 인(忍) 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목이 쉬었던 그런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에게 선당후사를 이야기하는 분들은 매우 가혹한 겁니다. 선당후사란 대통령 선거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 새끼, 저 새끼’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당 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마음이 그들이 입으로 말하는 선당후사보다 훨씬 아린 선당후사였습니다.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을 봤을 때 그 표현 자체에서는 저는 어떤 상처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저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함께 양의 머리를 걸고 진짜 무엇을 팔고 있었는지에 대한 깊은 자괴감이 다시 한 번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참을 인(忍) 자를 새기면서 웃고 또 웃었습니다. 사상 처음. 정당이라는 것에 가입했다면서 다시는 보수 정당이 이미 썩어 문드러지고 형해화된 반공 이데올로기가 아닌 그들이 원하는 정치 과제를 다뤄달라면서 당원 가입 캡처 화면을 보내온 그 수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마약 같은 행복함에 잠시 빠졌고 (울먹임) 전라도에서 보수정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민원을 가져오는 도서벽지 주민들의 절박한 표정을 보면서 진통제를 맞은 듯 새벽 기차를 타고 (울먹임) 심야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민주당 인사들은 연이은 선거에서 세대포위론과 서진정책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이야기합니다. 보수가 처음으로 지키기보다는 영역 확장에 나섰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담론을 테이블로 끌어냈고 북한 이야기와 5·18은 폭동이라는 이야기를 술안주처럼 즐기던 일부 강성 당원들을 잠재우며 증거도 없고 허무맹랑한 부정선거론과 같은 음모론을 손절했기 때문에 보수가 달라졌다는 인상을 심어줬던 것입니다.
정치는 대안의 경쟁입니다. 제가 내세웠던 방향성에 비해서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은 그것을 따라야 됩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시절의 모습은 지금 우리 국민의 힘에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빠루와 삭발, 반공과 종교적 근본주의가 우리 국민의 힘이 대항이 돼선 안 됩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 속에 틀린 것이 하나 없었음에도 배신이라는 단어로 낙인을 찍고 집단린치를 했던 새누리당의 모습 또한 지금의 현실에 대한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 2년 우리가 선거에 연달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담는 대안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대통령실에서 어떤 수석비서관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국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실에서는 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우리 하는 일을 알리는 것인데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더 비극적인 것은 이런 것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당에서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의 자존심을 되찾고 대통령실이 음모론자들과 교류하면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한마디도 지적하지 못한다면은 이 당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고, 죽은 당의 총선에 표를 줄 국민은 없습니다.
공정, 젠더, 차별, 약자 담론, 정의, 사회적 갈등과 철학의 충돌 같은 중요한 미래의 과제들을 하나도 다루지 못하는 정치권이 젊은 세대에 어떤 참여를 이끌어내겠습니까. 사회의 모든 철학적 고민을 돈을 주느냐 마느냐로 치환해 버린 진보의 현금복지 담론이 지속가능하지 않았던 것처럼 애초에 보수 정당은 지금 사라져야 했던 북풍을 오히려 과제로 내세우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60년째 북풍의 나발을 불면서 선거 이겼다고 착각했던 집단은 아마 지난 세 번의 선거 승리를 복귀하면서 여가부 폐지 정도의 나발만 불면은 젊은 세대가 그들을 향해 다시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착각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겁니다.
최근 여당과 정부에 대한 젊은 세대의 기대치가 급전직하한 것은 여가부를 폐지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아젠다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이제 정치권에서 서구의 어느 나라처럼 정치적 올바름이나 사회적 아젠다를 논의할 수 있는 봄이 왔다는 생각이 춘몽이 되어선 안 됩니다.
저를 몰아세우고 그 자리에 북풍을 일으켜 세우던 그런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던 이유는, 자당의 당 대표에게는 선당후사와 같은 전체주의적이고 폭압적인 처우를 하면서 북송된 어민과 같이 안타깝게 돌아가신 우리 전 해수부 공무원의 인권에 관심 있는 척 하는 모순되면서도 작위적이었던 그런 모습 때문이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최근에 통일부에서 북한 방송 개방을 염두에 둔 업무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실의 발표에 따르면 대통령은 저를 만나시지 않았지만 저는 대통령께 북한 방송 개방에 대한 진언을 독대해서 한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계획은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누차 언급되었던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체계화된 정책들을 시리즈로 내놓자는 제 제안이었습니다.
먼저 국민이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들여다보고 통제하는 https 차단을 없애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국민이 메신저로 어떤 내용을 주고받는지 들여다보고 차단하고 색출하는 메신저 검열을 없애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보수 정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보수 정권이기 때문에만 할 수 있는 북한의 민낯을 노출하는 북한 방송 개방까지 추진해서 저들에게 우리 문화의 개방을 끝없이 요구하고 무엇보다 북한 정권이 스스로 폐쇄성과 문화 콘텐츠의 상대적 저열함을 부끄러워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앞부분의 내용은 다 어디로 가고 두서 없이 북한 방송 개방에 대한 얘기만 단편적으로 흘러나오는 것, 이것이 지금 서사와 철학이 빠진 영혼 없는 당정의 모습입니다.
젊은 세대가 논쟁하고 싶어 할, 과감하고도 전격적인 행보들은 시기를 놓쳤고, 그 기대가 살아나지 않으면 젊은 세대는 이 정부를 본인들의 정부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400년 전 자신이라면 부산을 공격할 수 있다고 외치던, 500년 전이군요, 아니 400년 전이군요. 400년 전 자신이라면 부산을 공격할 수 있다고 외치던 무능한 장수가 칠천량에서 무적함대를 모두 수장시켰던 것처럼 지난 2년 동안 쌓아 올린 당의 승리 방정식이 송두리째 무너져 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송곳으로 찌르듯이 아픕니다.
결국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위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당의 우세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경상도나 강원도, 강남 3구 등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통해서 딱히 더 얻을 것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윤핵관들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그들의 조그만 장원에서 벗어나 좀 더 진취적인 것에 도전하는 모습을 솔선 수범에서 보이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표현을 앵무새 같이 읽는 윤핵관 여러분이 조금 더 큰 정치적 승부수를 걸기를 기대합니다. 이준석을 몰아내는 것에 정치적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과 같은 윤핵관들, 그리고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등의 윤핵관 호소인들은 윤석열 정부가 총선 승리를 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십시오. 여러분이 그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절대 오세훈과 붙겠다고 결심했던 정세균, 황교안과 맞붙을 결단을 했던 이낙연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저 호가호위하는 윤핵관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윤핵관들이 꿈꾸는 세상은 우리 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국정 동력을 얻어서 미래 세대가 바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그런 방향이 아닙니다. 그저 본인들의 우세 지역구에 다시 공천받는 세상을 이상향으로 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가의 미래에는 그것보다 조금 더 중요한 목표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호가호위한다고 지목받는 윤핵관과 그 호소인들이 각자의 자원을 버리고 열세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선언한다면 어쩌면 저는 윤핵관과 같은 방향을 향해 손을 잡고 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도권의 성난 민심을 느끼면서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면 같은 꿈을 꾸게 될 것이고 같은 지향점이 있다면 동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알고 계시는 것처럼 윤핵관과 그 호소인들은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합니다.
다음 주부터 더 많은 당원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당에서 프로그래머를 고용해서 추진하려고 하던 온라인상의 당원 소통 공간 제가 직접 키보드를 잡고 프로그래머로 띄워서 만들어내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한 달여간 전국을 돌면서 저녁으로는 당원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당의 개혁과 혁신을 위한 방안을 담아내기 위해 써 내려가던 당의 혁신 방향에 대한 책도 이제 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고 가처분 신청의 결과는, 저는 법원이 절차적 민주주의와 그리고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결단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겠습니다.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당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되묻고 마치겠습니다. 그걸 알면 어쩌자고 이런 큰 일을 벌이고 후폭풍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익명으로 지르는 문화에 익숙해져서 ‘사고는 내가 쳐도 책임은 내가 지지 않는다’는 그 생각으로 저지른 일입니까? 아니면 사퇴하고 다시 표결에 참여하는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여도 2년이 지나면 선거 때 국민들이 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입니까.
저는 이번에 노출된 당의 민낯, 적어도 그 민낯에는 그분들의 부끄러움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우리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우리 국민들과 당원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서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 진심을 다해 사과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