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자택에서 전화를 통해 집중호우 대처 관련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자 "정확히 저희가 사전에 준비하고 예비해놨던 매뉴얼과 계획에 따라 대처한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세 차례에 걸쳐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 시도를 하는 민주당에 유감을 표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내 논란 진화를 위해 힘을 쏟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후 간밤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을 찾아 소방대원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치 저희가 대응에 소홀함이 있었던 것처럼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다. 재난상황 대처에 대한 사전 매뉴얼을 세워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5월 20일 정부서울청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국정상황실, 소방청, 산림청 등 재난 관리 국장들과 회의를 한 결과,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실이 직접 초기부터 지휘에 나설 경우 현장에 혼선이 발생한다는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회의 결과는 관계기관에 모두 공유됐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진행 중인 초기에는 관계기관이 적극 대응하도록 총력 대응을 신속 지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어느 정도 상황이 마무리된 이후 가는 게 맞는다는 원칙을 정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이 총괄하고 연락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며 "어제 비 피해 관련 우리 정부의 대응은 원칙에 맞춰서 진행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재난 현장에서 요란한 의전 때문에 현장 인력의 대응이 차질을 빚는다며 자제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한 일간지 기자수첩(칼럼)을 소개하면서 "상당히 공감 가는 내용이라 공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2020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영남지역에서 소가 수십마리 떠내려가는 수해가 마무리된 후 현장을 찾은 사례를 거론하며 "당시 대통령님이 '진작 살펴보고 싶었는데 누가 될까봐 못 왔다'고 말씀하셨다. 국가 운영 책임을 맡은 대통령의 고민은 지난 정부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이나 똑같다"고도 했다.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진 9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우산천변 도로 일부가 무너져 내려 있다. /뉴스1

이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어도 국가 재난 대응 원칙 체계는 일관성 있게 유지돼야 한다"며 "야당에서 우리 정부와 대통령실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는데 적어도 국가적 재난 상황은 정쟁의 대상을 삼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날 재난 현장은 아니어도 상황실은 갈 수 있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엔 "갈 상황이면 가는데 어제는 안 가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윤 대통령이) 내부에 책임 있는 조직, 참모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데 매뉴얼과 원칙을 갖고 있으니 이대로 하는 게 맞는다고 받아들이신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서울 신림동 침수현장을 방문해 '(어제) 퇴근하면서 보니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말한 것과 관련, '윤 대통령이 그때라도 차를 돌려 집무실이나 상황실에 갔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묻자 "비 예보가 있는 그런 상황에서 매번 대통령이 하긴 쉽지 않다. 상황실이 있어 그 의견을 존중해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세 차례 브리핑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전날 집중호우 대응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중 호우에도 윤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다는 일각의 지적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은 어제 오후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실시간 보고를 받고 실시간 지침 및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 /뉴스1

이어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단에 문자로 공지한 성명을 통해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 시도를 하는 민주당에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이 자택에 고립됐다는 주장도, 집에 갇혀 아무것도 못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의 위기관리 능력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도 연관시켰다.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서초동 자택 주변 침수' 등을 헤드라인으로 뽑은 일부 보도를 내세워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전화 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이냐. 대통령이 사실상 이재민이 돼 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임 전 무조건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라며 집무실 이전 문제까지 거론했다. 이어 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전화 지시가 이뤄졌다는 점을 겨냥해 "컨트롤타워가 아닌 '폰트롤타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