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특별사면인 8·15 광복절 특사 대상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제외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사면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참모진에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고심 끝에 ‘정치인 사면’ 폭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국민통합 차원에서 큰 폭의 사면을 검토했지만,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사면 반대 여론이 높은 정치인 사면을 단행하는 게 바람직하느냐는 판단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지난 6월 형집행정지로 일시 석방된 상태다. 고령 등의 이유로 사면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특사를 단행할 경우, 국정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에서 “과거 전례에 비추어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고 MB 사면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지난달 22일에는 “미래 지향적으로 가면서도 현재 국민정서까지 신중하게 감안할 생각”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전 지사 사면을 요구해왔다.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경우, 김 전 지사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권도 ‘국민 통합’ 차원에서 김 전 지사 사면을 거론했으나,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나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등 다른 여야 정치인도 이번엔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병기 남재준 등 전직 국정원장들의 경우 사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은 경제위기 극복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형기가 만료됐기 때문에 5년 취업제한 규정을 풀어주는 복권 대상자로 거론된다.
다만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어서, 윤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 일부 거물급 인사들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면 대상자는 광복절을 앞둔 마지막 평일인 오는 12일로 예정돼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찬반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재계 인사 중 이재용 부회장 사면은 ‘찬성’ 77%, ‘반대’ 19%로 나타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찬성’ 49%, ‘반대’ 38%였다.
정치권 인사 중 이 전 대통령은 ‘찬성’ 39%, ‘반대’ 56%였다. 김 전 경남지사는 ‘찬성’ 32%, ‘반대’ 53%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