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던 텔레그램 메시지에 등장하는 강기훈씨가 대통령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밝혀지자,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들의 일자리 요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한 사람을 극우·극좌라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강기훈씨는 극우 정당인 ‘자유의새벽당’ 대표였다는데, 과거 행적을 보면 ‘탄핵의 서막, 여론조작’, ‘4.15 부정선거’ 등 왜곡된 영상을 올리며 활동한 인물”이라며 “이렇게 극단적 인물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통령실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원색적 욕설을 하며 시위를 벌인 유튜버 안정권씨의 누나 안모씨가 행정요원으로 채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안씨는 언론 보도 이후 사직했다.

박 원내대표는 “극우 유튜버의 누나 채용에 이어, 이번에는 극우 유튜버 당사자가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들의 ‘일자리 요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가 강씨를 추천한 것인지, 윤석열 정부는 자유의새벽당과 같은 이념을 지향하는 것인지도 함께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로고침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박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한 사람의 생각에 좌우된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민주당도 집권 경험이 있는 당이다. 그러면 행정관 한 명의 생각에 대통령실 업무가 좌지우지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한 사람을 극우·극좌라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누구도 그것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체적) 내용은 잘 모르지만, 일부 극우적 발언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극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예를 들어 사형제에 극도로 찬성하는 사람이 동성애에도 극도로 찬성할 수 있다. 그 사람은 극우인가 극좌인가”라고 했다.

강씨가 어떤 경로로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채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내부 방침에 따라 여러차례 말씀드렸지만, 행정관과 행정요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여러 보안상 문제, 대통령실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달라”고 말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주고 받은 문자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열었다가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했고,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강씨의 이름은 권 대행이 문자를 입력하는 장면이 포착되며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텔레그램 메시지 속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지칭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향후 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제(27일) 홍보수석이 말씀하신 것으로 갈음한다”며 “여러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뭘 할 수 있다는 말보다는 갈등을 조정하고 수습하는 것 또한 저희와 여당 지도부의 몫이라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이 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부정적인 뜻은 아니라며 “특별히 이준석 대표도 오해는 하시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대표는 연합뉴스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윤 대통령의 메시지의 뜻을) 전혀 오해의 소지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며 “못 알아들었다고 대통령실이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해당 문자가 자신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부정적 태도가 담긴 것으로 이해했다고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