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총질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울산에서 만났다. 윤 대통령은 권 대행과 함께 울산으로 이동하면서 “며칠 고생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이 끝난 뒤 승조원들에게 엄지척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해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했다. 정조대왕함은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을 말하는 ‘광개토-Ⅲ 배치-Ⅱ’ 1번함이자 해군의 4번째 이지스함이다. 해상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정조대왕함 진수식 참석자들을 태운 대통령 전용기에는 권 대행과 박형수 원내대변인, 울산이 지역구인 김기현·박성민 의원 등 4명의 의원이 탑승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은 군(軍) 수송기를 탔다. 친윤(親尹)계로, 당 윤리위의 이준석 대표 중징계 전 당대표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박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은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행사 개최지인 울산이 지역구라는 점 등이 전용기 동행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울산공항까지 왕복 80분쯤 이동하는 동안 윤 대통령은 기내에 별도로 마련된 자신의 공간으로 권 대행을 비롯한 이들 의원을 초대해 이동 시간 내내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기내 대화 중에 권 대행의 휴대전화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텔레그램 메시지가 유출된 것은 대화 초반 화제에 올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먼저 “이틀인가, 며칠인가, 고생했다”라며 운을 뗐고, 이에 권 대행이 가벼운 목례로 반응을 대신했다. 다른 참석자가 “고생 좀 더 해야 할 것”이라며 농담으로 대화를 이어받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권 대행에게 당대표 직무대행을 겸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격려했다. 이어 앞으로도 당정이 단일대오로 잘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비판 여론에도 권 대행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정조대왕함 진수식에는 권 대행, 김 의원과 함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이 나란히 참석했다.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해 ‘무언의 비판’을 한 것으로 해석되는 유승민 전 의원도 참석했다. 유 전 의원은 19대 국회 국방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정조대왕함 관련 예산을 관철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후 오찬장에서 참석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다만 유 전 의원은 본식 행사 후 곧장 자리를 뜨면서 윤 대통령과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행된 정조대왕함 진수식 후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