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혹스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웠던 인사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6일 인스타그램에 권 대행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에서 윤 대통령은 권 대행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유 전 의원은 사진만 한 장 올리고 아무런 글을 쓰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것을 비판하기 위해 이 사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6·1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김은혜 전 의원에게 패했다. 당시 그는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공적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라며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는 글을 남겼다. “2016년 진박(眞朴·진짜 친박) 감별사들이 칼춤을 추던 때와 똑같더라.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라고도 했다.
김웅 의원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때 유세하는 사진을 올렸다. 윤 대통령, 이장우 대전시장, 윤형선 전 인천계양을 보궐선거 후보를 지원유세하는 사진이었다. 김 의원은 사진과 함께 “내부총질”이라고만 썼다. 이 대표가 ‘내부총질’로 불릴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인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사용한 ‘내부총질’이라는 표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먼저 “지난 정권에서 ‘문비어천가(문재인+용비어천가)’ 외쳤던 민주당 당시 국회의원들과 젊은 정치인들을 향해서 저희가 586앵무새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것 아니겠나”라며 “그렇게 안 되려고 옳은 소리 낸 것을 내부총질이라고 인식해 매우 아쉽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한정된 정보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께 직언할 수 있는 참모가 적다는 것이 아쉽다. 그 자리가 심기경호만 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이준석 체제의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변호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탄핵 이후 무너져가던 당시 야권을 당 지도부가 새롭게 선출되면서 대선, 지선을 이겼다”며 “당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내부총질이라고 인식했다는 것에서 정말 당황스럽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홈페이지 ‘청년의 꿈’에 윤 대통령이 권 대행에게 보낸 ‘내부총질’ 텔레그램 메시지에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대통령도 사람입니다”라고만 썼다.
당 지도부는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관련 질문에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냥 사적인 건데, 그렇게 큰 뉴스가 될까”라며 “정치적인 의미가 있지 않기 때문에, 확대를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성 의장은 당 중앙윤리위의 이 대표 중징계에 윤심(尹心)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 추측”이라며 “대통령은 당 문제에 관여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