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5일 미국이 추진 중인 반도체 공급망 동맹, 이른바 '칩4(한국·미국·일본·대만)'에 한국이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가입 제안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8월 말'이라는 가입 시한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칩4 참여를 투자 촉진, 우리의 해외 시장 진출 측면에 초점을 맞춰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에 사인하고 있다. /조선DB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한국의 칩4 참여와 관련해 "공급망 교란이 가져오는 여파가 크기 때문에 공급망 안정을 위해 어떤 게 최선인지를 다양하게 검토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답변 시한을 설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 당국자는 "(답변 시한이) 한 달밖에 안 남았다고 하는 것도 특별히 긍정 시인을 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필요하면 우리의 생각에 따라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내용을 만들어 협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칩4에 대한 성격을 배타적, 개방성 중 어떤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어떤 협의체에 들어가든 기본적으로 우리는 개방 체제에 의존하는 국가로서 특정 배타성 협의체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 5월 공식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구체화 시점은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개최 전후로 예상했다. 미국은 내년 APEC 의장국이다. 그는 "딱히 합의한 사항은 없다"면서도 "내년에 미국에서 APEC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때문에 미국이 이에 맞춰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IPEF에 대해서는 본격 협상 전 어떤 내용으로 협상을 할지 사전 논의 단계라며, "원래 목표는 여름에 협상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은 IPEF 내 4개 의제(무역, 공급망, 탈탄소 및 인프라, 탈세 및 부패 방지)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의제별 성격과 향후 협상 방향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먼저 무역에 대해서는 "구속성이 강한 수준으로 진행 가능성이 있어 우리로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우려와 반대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공급망에 대해서는 "조기 경보 시스템 대응 부분과 우리가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자원, 핵심 광물 협력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가 관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탈탄소 및 인프라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하다"고 했고, 탈세 및 부패 방지에 대해서는 "미국 재무부, 법무부의 관심이 크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 과정에서 중국과의 마찰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해 "지금까지도 중국이 굉장히 우선해 한국에 협조를 많이 진행해왔기 때문에 불확실한 공급망 불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4일 진행한 국장급 한중 경제협력 종합점검회의에서도 중국 쪽이 공급망 교란 가능성에 대해서는 채널을 수시로 열고 지원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