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성남시가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직원들에게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돼 왔으나, 지난해 대선 당시 이 의원은 “측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22일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빠지면서 민간 사업자 A사가 개발이익 3142억원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처럼 부당한 지시를 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공개한 백현동 개발 사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5년 백현동에 있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1 265㎡의 용도지역을 ‘자연·보전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 번에 4단계 상향조정했다. 1종·2종·3종 일반주거지역을 건너뛰고,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게 해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성남시는 이 지역 용도를 한 번에 4단계나 올리는 대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이익을 받아 공공성을 확보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원들은 직원들에게 ‘동향만 파악하라’고 소극적으로 지시하는 등 사업 참여 시기를 고의로 지연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의 언급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도 확보됐다. 감사원은 2016년 7월쯤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이 성남시 관계자로부터 “시가 연구개발(R&D) 부지를 더 기부받을 예정이니 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더 할 것은 없겠다”, “공공기여와 관련해 시가 사업자와 직접 얘기할 테니 공사가 할 역할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유 본부장을 포함한 책임자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보고를 받은 유 전 본부장은 “그럼 우리 할 일이 없네, 손 떼”라고 말하며 더이상 사업 참여를 검토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감사원은 “보통 유 본부장에게 시와 관련한 내용을 보고하면 유 본부장이 시를 찾아가 논의한 다음 업무 지시를 했으나, 이 (사업 참여) 건과 관련해서는 보고했더니 마치 그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사업참여 포기를 지시하는 등 사업참여 포기가 미리 결정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담당자들의 진술도 전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민간업체 A사는 이 지역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을 모두 가져가게 됐다. 작년 감사보고서 기준 이 회사의 개발이익은 3142억원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0%라도 지분참여를 했다면 314억원의 배당이익을 볼 수 있었는데 받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유 전 본부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 등에 대해 올해 4월 22일 대검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만 감사원의 보고서에는 유 전 본부장의 이름이 익명처리가 돼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의원이 2018년 경기지사에 취임한 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맡았다. 지난해 10월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