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측이 지난 22일 감사원이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백현동 용도 변경은 박근혜 정부가 요구한 사항을 성남시가 들어준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감사원은 당시 정부는 부지 매각에 대한 성남시의 협조를 구했을 뿐이라며, 이 의원 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문제가 백현동 땅은 원래 식품연구원이 있던 곳이다. 전북 완주군으로 이전하면서 11만1265㎡ 규모의 부지가 2015년 2월 부동산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등에 매각됐다.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토지 용도가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토지 용도가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 번에 4단계 상향돼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측 “때려놓고 비난하는 尹정부 감사”…실제론 文정부 때 감사 실시
이재명 의원실은 이날 백현동 의혹 감사 결과와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자 입장문을 내고 “백현동 용도변경은 박근혜 정부가 법에 따라 요구한 사항을 성남시가 들어준 것”이라며 “당시 박근혜 정부(국토교통부 및 한국식품연구원)는 1년에 24차례나 공문을 보내 식품연구원이 이전하는 백현동 해당부지를 준주거용지로 용도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수 차례 밝혔듯 박근혜 정부의 이같은 요구는 과도한 이익귀속이 우려되는 것이어서 불허하다가, 박근혜 정부가 성남시에 연구개발(R&D) 부지 2만4943㎡(약 1000억원 규모)를 기부채납한다고 해서 공익환수 조건으로 법에 따른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 측은 “정부 요청을 이행한 성남시가 특혜(를 준 것이)라면, 백현동 용도변경 요구 및 관철한 박근혜 정부는 특혜강요죄”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 측은 입장문에서 “때려놓고 비난하는 방식의 감사가 윤석열 정부 식 감사라면 공정성이 사라졌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감사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25일간 진행됐고, 1월 21일 성남시 감사관이 참석한 가운데 감사마감회의를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감사인 것이다.
◇감사원, 이재명 측 주장에 반박 “국토부 요청, 강제성 없다”
그러나 감사원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이 의원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먼저 당시 중앙정부와 성남시 간 백현동 사업 협의에 대해 “국토부는 2014년 5월 21일과 같은 해 10월 1일 식품연구원의 부동산이 조속히 매각될 수 있도록 협조·지원하여 줄 것을 성남시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는 식품연구원의 부동산 매각에 대한 성남시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라며 “특정 용도지역으로 변경을 요구하거나, 구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도시관리계획 반영 의무가 발생하는 강제성 있는 요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해당 부지 용도가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 번에 4단계 상향된 것이 특혜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의원 측의 입장문도 이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판단이 잘못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청구기간이 지났다며 감사를 실시하지도 않았다. 특혜인지 아닌지 검토도 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은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의혹은) 현장조사 등 감사의 방법으로 감사원이 검증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은 마치 박근혜 정부가 백현동 부지 4단계 용도변경을 지시한 것처럼 입장을 밝혔는데,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2014년 10월 1일 성남시에 발송한 공문을 공개했다. 식품연구원 소유이던 백현동 부지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며, “용도변경 등을 적극적으로 협조·지원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 도의원은 “용도변경 등으로 해당 부지가 잘 매각될 수 있게 협조하라고 했지, 1·2·3종 일반주거지역보다 더 높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나 높여주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번에 4단계 용도변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재명이 선택하고 이재명이 결정해서 벌인 일”이라고 했다.
백현동 개발 사업 시행사가 이재명 의원 선대본부장 출신 인사를 영입한 직후 용도 상향이 이뤄진 것도 의혹이 제기된 이유가 됐다. 이 도의원은 “본인의 선거사무장 출신 김모씨가 백현동 개발 시행업체 멤버로 들어가면서 갑자기 4단계 용도변경이 이뤄진 것”이라며 “(이 의원 측은) 이 이슈는 일체 입에 담지도 않았다”고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불참해 민간업체에 이익 몰아줘
감사원은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빠지면서 민간업체가 개발 이익 3142억원을 독차지할 수 있었고, 그 배경에 유 전 본부장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5년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을 ‘자연·보전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 번에 4단계 상향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이익을 받아 공공성을 확보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원들은 직원들에게 ‘동향만 파악하라’고 소극적으로 지시하는 등 사업 참여를 고의로 지연시켰다.
감사원은 2016년 7월께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이 성남시 관계자로부터 “시가 R&D 부지를 더 기부받을 예정이니 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더 할 것은 없겠다”, “공공기여와 관련해 시가 사업자와 직접 얘기할 테니 공사가 할 역할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유 본부장을 포함한 책임자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를 받은 유 전 본부장이 “그럼 우리 할 일이 없네, 손 떼”라고 말해 더이상 사업 참여를 검토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구속됐다. 이재명 의원이 경기지사에 취임한 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맡았고, 이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측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