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도지사는 6.1 지방선거 내내 한 차례 역전도 허용하지 않고 경쟁자였던 더불어민주당 측 노영민 후보에 압승했다. 충북은 앞서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3 연임을 하는 등 진보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었다.

김 지사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호텔 야외 라운지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승리 이유에 대해 대선 직후 열린 지선에 따라 ‘승기’가 있었다면서도 본인의 인물 경쟁력도 한 요인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를 ‘보수와 진보를 넘나든 인물’이라고 칭하며 그간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하루라도 빨리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일종의 ‘의욕 과잉’상태”라며 막 시작된 도정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가끔은 잔소리도 한다고 했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친 ‘의사 후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의 사연도 털어놨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6일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우선 당선 소감이 궁금하다.

“우선 기쁘고 정말 고맙다. 그리고 많이 긴장하고 있다. 잘해야 하겠다,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루라도 빨리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일종의 ‘의욕 과잉’ 상태다.”

-충북은 앞서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3 연임을 하는 등 진보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었는데.

“사람을 잘 내면 이길 수 있고 사람을 잘못 내면 질 수 있는 지역이라고 본다. 보수와 중도가 상당히 ‘찰랑찰랑한’ 곳이랄까. 젊은 세대가 많고, 새로운 근로자들, 직원들이 영입된 지역 청주의 공단 지역이라든지 고성 진천의 혁신도시 지역 등은 진보가 강하다. 반면 농촌 지역은 대개 또 보수가 강하다. 절대적으로 한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지역은 아니다. 전국 ‘판세’를 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본다.

제가 승리한 첫째 요인은 선거 구도가 유리하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 20일 만에 하는 선거였다. 다만 역대 충북 선거에서 없었던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선거 과정에서 한 번도 여론조사가 뒤집히거나 오차범위에 들어가지 않고 마무리됐다. 큰 격차로 이긴 것에는 저의 경쟁력도 있었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이것이 둘째 요인이다.

셋째 요인은 이는 제가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넘었고 제 공약이 이를테면 민주당이나 정의당에도 손색없는 공약이었다고 자부한다. 저의 지향이라든가 언어가 예를 들어 ‘태극기부대’의 생각과는 상당히 다른 체험과 사고에 기반한 것이다. 아울러 기존의 민주당과 민주당 본류라고 볼 수 있는 운동권 세력에 대해 정확한 비판을 하기도 했었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었다’는 표현은 어떤 의미인가.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측 일각에선 ‘위장된 민주당’ 아니냐, 진보 인사 아니냐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년 전에 제가 경기 고양병에서 선거를 할 때만 해도 그 지역에 있는 보수 세력들로부터 많은 의심을 받았다. 김영환은 운동권, 민주당 4선 의원에 대한 비판도 실제도 있었고 불안감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없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일 오전 충북 청주시 문의문화재단지에서 열린 김영환 충북지사 취임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왜 이번 선거에선 달랐다고 생각하는가.

“고양병 선거 패배 후 제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반납한 일이 있었다. 이는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번 충청도 선거에서는 고양병 선거 당시 나왔던 얘기들이 하나도 안 나왔다. 저는 달라진 건 없는데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라는 기득권을 버린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세력들이 가진 그런 주장들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일종의 ‘면죄부’랄까. 일시적으로 당선을 위해 민주당에서 온 사람은 아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수층에서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의사 선배다. 취임식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나.

“평상시에 다 하던 얘기였다. 다만 아내가 안 대표에 대해 섭섭했던 마음이 사라졌다고 하더라. 나는 5선 의원의 길을 버리고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그냥 민주당 지역구였던 안산에서 있었으면 사실상 무투표 당선도 가능했다. 그러나 정치 개혁하겠다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주변 운동권 결별하며 나왔다. 당시 수도권에서 유일한 4선 의원이었다. 안 대표는 굉장히 가슴 아파했다. 안 대표는 ‘나 때문에 늘 우리 김영환 선배가 이렇게 낙선해서 가슴 아팠는데 이번에 당선돼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내가 안철수하고 국민의당을 한 것에 대해서는 아내는 불만이 없었는데 안 의원이 대선 하기 전에 당 대표를 박지원 전 국정원장으로 세웠다. 나는 박지원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아내 입장에선 그 부분이 속상했다. 그런데 안 대표가 이번에 그 말씀을 하니 아내 속이 확 풀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 소통을 자주 하나.

“문자로 수시로 소통한다. 서로 각별하게 생각한다.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담 다녀오시고 나서도 문자를 주고받았다. 가끔은 잔소리처럼 조언도 드린다. 답변은 꼭 하신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 사이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영환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