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사이버안보는 국가안보의 핵심”이라며 “‘화이트 해커’ 10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인터넷 시스템 등을 파괴하는 ‘블랙해커’와 달리 화이트해커는 보안시스템의 취약점을 알려주므로 ‘선의의 해커’라는 의미를 지닌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 허브에서 열린 제11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보호 클러스터에서 열린 ‘제11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보보호의 날 행사에 참여한 건 역대 대통령 중 그가 최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보보호 종사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사이버안보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표명했다. 판교 정보보호 클러스터는 실전형 사이버 훈련장을 비롯해 사이버 교육장, 정보보호 스타트업 육성 공간, 사물인터넷 테스트베드 등 인프라를 갖추고 정보보호 스타트업 기업과 인력들의 협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정부는 정보보호 산·학·연 전문가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튼튼한 사이버안보, 안전한 디지털 강국’을 주제로 기념식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사이버안보가 국가안보의 핵심”이라며 대한민국 사이버안보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사이버 위협 증가에 대응해 민간과 공공이 긴밀히 협력하는 사이버안보 대응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며 “민간과 공공 간 유기적인 정보공유 분석체계를 구축해 사이버 위협을 효율적으로 예방·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리드전(戰)으로 변모하는 전쟁의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 전력과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며 “군 전문 분야 복무와 전역 후 취업과 창업을 연계하는 ‘사이버 탈피오트’와 국가 비상 상황에서 민·관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사이버 예비군’도 창설해 사이버전 수행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사이버 인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대학·대학원의 사이버 전공 과정을 확대하고, 최정예 개발인력과 화이트 해커 육성체계를 통해 10만 인재를 양성하고 사이버 안보 기술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유럽 사이버범죄 협약(부다페스트 협약)’ 가입도 신속히 추진해 사이버 범죄 퇴치와 사이버 규범 수립을 위한 국제공조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 허브에서 열린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이기혁 중앙대학교 교수에게 녹조근정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보보호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정보보호 유공자 4명에 대해 녹조근정훈장, 산업포장, 국민포장, 대통령 표창을 직접 수여하기도 했다. 전자정부서비스를 위한 디지털아이디(ID) 연구부터 모바일 운전면허증 도입까지 모바일 신원 증명 도입에 기여한 중앙대학교 이기혁 교수가 최고 영예인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영상보안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화테크윈 안순홍 대표이사가 산업포장을 수상했고, 국가 중요시설의 사이버 방어체계를 마련한 공로로 한국중부발전 임길환 정보보안 처장이 국민포장을, 국가 정보보호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인터넷진흥원 김진만 팀장이 대통령 표창을 각각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 허브에서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후 실전형 사이버 훈련장을 찾아 사이버 침해 대응 훈련을 받고 있는 교육생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기념식을 마친 후 ‘실전형 사이버훈련장(시큐리티짐)’을 방문해 해킹 상황을 가정한 훈련 등을 참관하고 “여러분은 현대전에서 너무 중요하다. 건투해주길 부탁한다”며 교육생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사이버 인력양성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구축해놓은 자산이 사이버보안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을 때 적의 침입에 의해 한 번에 무력화될 수 있고, 사이버공격에 의해 우리 모든 전력체계가 순식간에 마비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보보호의 날) 기념행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제가 아무리 무식해도 느끼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했다. 이어 “미래 사이버안보 책임질 여러분들 만나게 돼 뿌듯하고 기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