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관심을 끈 ‘광주광역시 최초 복합쇼핑몰’에 더현대가 가장 먼저 나섰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극우 포퓰리즘” “시장 상인들 다 죽는다”며 반대하고 나섰지만 ‘더현대 광주’를 위한 협의가 진행되면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 16일 오전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현대백화점그룹은 6일 “부동산 개발 기업인 휴먼스홀딩스 제1차 PFV와 함께 광주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약 31만㎡(약 9만평)에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가칭)를 열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약 2만2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 복합쇼핑몰은 지난 2월 16일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광주 송정매일시장 거리 유세에서 “광주시민들이 복합쇼핑몰을 아주 간절히 바란다. 왜 광주에만 없나”라며 “이 유치를 누가 반대하나. 민주당이 반대해오지 않았나. 민주당 독점 정치가 지역민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라고 비판하며 쟁점이 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은 “우리사회는 흑백논리가 너무 심하다. 증오를 이용해서, 갈등을 이용해서, 분열을 이용해서 정치적 이익 획득하는 행위를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그런다”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 18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 정신으로 미래를 열어주십시오' 광주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가 “명백히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상생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알량한 계략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시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광주정신과 복합쇼핑몰 유치 반대가 무슨 상관이냐” “다른 도시들은 다 누리는 인프라 하나 없이 낙후된 시골로 남는 것이 민주당이 말하는 ‘광주정신’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재명 의원이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를 마치고 시민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는데 손을 든 전남대학생 정민혁(26)씨가 “학생으로서, 청년으로서 문화센터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없는 게 진짜 광주정신인지 후보에게 직접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한쪽을 편들어서 상대를 죽여서는 안 된다. 지금 그분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복합쇼핑몰 유치를 놓고 갈등하는 광주 상황에 대해 “자영업자들, 소규모 점포주와 지역 주민 편의가 충돌하고 있다”며 “그럴 때는 합리적인 타협안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복합쇼핑몰에 대해 ‘찬성’ ‘반대’ 의견을 밝히지 않고 대화를 하면 된다는 동문서답이었다고 비판을 받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광주 북구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약 31만㎡(약 9만평)에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가칭)를 열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전남·일신방직 부지의 모습. /연합뉴스

현대백화점그룹보다 앞서 신세계가 지난 2015년 5월 광주시와 특급호텔·복합시설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인근 소상공인 등이 반대하고 광주시가 “판매시설 규모가 너무 크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지구단위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신세계가 지난 2017년 2월 광주 복합쇼핑몰을 재추진했으나 역시 무산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과 대형유통업체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무너뜨려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반대했고, 이 의원 또한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고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키기 때문” “미국 아웃렛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이미 입점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시 안팎에서 복합쇼핑몰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측도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취임하면 복합쇼핑몰 입점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광주시대 준비위원회는 지난 7일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전략보고서 전달식을 열고 ‘밀린 숙제 광주의 현안’을 발표했다. ‘밀린 숙제’에는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도 포함됐다. 새광주위원회는 복합쇼핑몰 유치가 윤석열 정부의 광주 공약인 만큼 국가 주도형 복합쇼핑몰 유치를 기획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또한 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하는 복합쇼핑몰은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창고형 할인매장은 도심 외곽이나 전남 경계 지역에 유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측 역시 “전임 이용섭 시장이나 강기정 현 시장 모두 복합쇼핑몰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지역 상권과의 공존과 상생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광주에 맞는 쇼핑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다만 광주시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전방·일신방식 부지 활용 방안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현대백화점그룹 측에서 부지 활용 방안의 일환으로 발표를 했을 뿐 시에서는 아직까지 입장이 정리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