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도어스태핑(약식회견)에서 국무위원 ‘인사 검증’ 논란에 대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전 정권 장관 중 훌륭한 사람 봤냐”라고 했다. 전날에는 “우리 정부 인사 도덕성은 전 정부와 비교가 안 된다”고 했다. 취임 초 정권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보수층 일각에서도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상임위가 꾸려지면 인사청문회 수준의 인사 검증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제30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도어스태핑에서 내각 인선 논란에 대해 “도덕성 등 전 정부 인사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불과 1분쯤 동안 이뤄진 이날(5일) 도어스태핑에서도 “전 정권 장관 중 훌륭한 사람을 봤냐”라고 발언하고 인사 검증 논란 외 다른 질문은 받지 않고 퇴장했다. 평소 4~5개씩 질문에 답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거듭된 논란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도 “언론과 야당의 공격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국회 원 구성이 미뤄지면서 박 부총리는 청문회 없이 임명된 윤 정부 두 번째 장관이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김창기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이날 오후에는 김승겸 합참의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박 부총리는 음주 운전 경력이 드러난 데다 조교 갑질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인 탓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도어스태핑 발언을 공유하고 “지지율 하락을 낳은 최대 원인은 ‘인사’ 문제인 것으로 여론조사들이 말해주고 있다”며 “그런 마당에, 설혹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안 되는 일이다. 민심이 불만을 드러내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겸손하고 송구스러워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대통령의 덕목”이라고 적었다.

여당에서도 이에 대해 반발한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야가 음주운전 전과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당의 대표로 추대하는 상황에서 어찌 음주운전을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 성추문 인사가 연이어 임명되는 상황에서 어찌 민주당의 성범죄를 비판할 수 있겠나”라고 적었다. 박 부총리와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임명된 박순애 부총리와 김승겸 합참 의장 같은 경우 상임위가 구성되면 그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 수준의 인사 검증 작업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의 개혁 비전이나 포부, 부처 운영에 대한 전문성 등을 검증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