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갈등을 빚고 있는 당내 친윤(親尹)계 의원들과 관련해 “권력을 향유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것은 전당대회를 통해서 하면 된다”고 했다. 자신에 대해 공세를 펼치지 말고, 1년 뒤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MBN 인터뷰에서 ‘배현진 최고위원, 장제원 의원, 정진석 국회 부회장 등 친윤 그룹은 왜 이 대표를 공격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지금 봤을 때는 좀 의아한 상황이다. 익명 인터뷰가 매일 나오고 허위 사실까지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최근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인가’라며 당 내홍 상황을 비판한 것을 두고도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뻔히 아는데 제3자처럼 나와서 그들을 혼내라고 발언한다”며 “무슨 상황인가, 진짜”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최근 페이스북에서 ‘다음 주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간장’이라는 표현이 안철수·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도 “그렇게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장이란 발언은 제 이름을 걸고 하는데, 반대로 저를 공격하는 분들은 본인의 정치를 숨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간장 한 사발이라고 표현한 것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으로) 대통령이 안 계신 4일(동안)에 이것(지지율)이 내려간 것은 이준석 때문이라는 말을 무수히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재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당 혁신위 위원 중 5명을 지명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5명 이름 좀 대보시라”고 반박했다. 또 우크라이나 방문을 놓고 정 부의장으로부터 비판이 나왔던 것과 배 최고위원이 당 혁신위를 두고 ‘이준석 사조직’이라고 비판한 점 등을 거론하며 “6·1 지방선거 이후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장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 강연자로 나서 “국민의힘은 원래 뿌리가 대통령 정당이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소속된 많은 의원은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서 사는 집단 아닌가”라며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대표는 “친윤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분들이 모인 곳에 가서 ‘너희 대통령 바라기네’라고 한 것”이라며 “그 모임이 진짜 깨어있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모임이라면 오늘 느낀 게 많으실 것 같다. 그런데 별로 안 느낄 것 같은데”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친윤계 생각이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같으면 나라 큰일 난다. 나라 걱정을 해야 한다”며 친윤 의원들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 여부에 대해선 “인수위시절부터 몇 번 만나 뵌 것은 사실”이라면서 “비밀을 지켰기 때문에 만난 건 거의 언론에 공개가 안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앞으로도 정치하면서 대통령과 논의한 내용 중에 기밀을 요하는 것이라든지 언제 만났다, 어디서 만났다는 것들을 공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중립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이 대표의 손을 들어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이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하는 윤 대통령 출국길을 환송하지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통령이 격식 갖추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환송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제가 들은 공식 이야기”라며 “이게 호사가들의 입에 들어가면, (환송행사에) 가면 윤리위 때문에 갔다고 할 거고, 안 가면 대통령 불편해서 안 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순방가실 때도 허례의식을 없애려는 분인 것 같으니 안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