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는 22일 "(공무원이) 월북을 했다는 해경의 7가지 근거는 모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하태경 TF 위원장은 이날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해경 지휘부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외압과 외부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조사를 통해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TF는 면담 시작 전 "이번 사건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월북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며 "해경 자체의 자발적인 수사에 의한 결론이 아니라 외부 개입이 있었다고 강하게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하 위원장과 안병길·신원식·강대식 TF 위원은 이날 오전 10시쯤 해경청을 찾아 6시간 넘게 정봉훈 청장 등 해경 지휘부와 면담했다.
앞서 해경이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의 월북 근거로 제시한 국방부 감청자료와 이씨의 슬리퍼·구명조끼·부유물·도박빚, 실종 당시 조류 방향 등에 대해 하 위원장은 신뢰할 수 있는 증거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하 위원장은 군 당국의 감청자료와 관련해 "해경은 일부 요약문만 확인했고 전체 내용을 보여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으나 거부해서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근거였던 감청 내용은 일부분의 자료였다"고 말했다.
이씨의 도박빚에 대해서도 "해경은 도박빚 2억6800만원이 있다고 했으나 이는 회생 신청 때 부채 총액을 착오한 것"이라며 "도박빚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추후에 확인했고 이와 관련한 인권위의 지적을 해경이 인정했다"고 했다.
TF는 또 사망 공무원이 정신적 공황으로 월북을 했다고 진단한 전문가 1명이 '월북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이후 입장을 바꿨으나, 해경은 이전 의견을 채택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 위원장은 "전문가 7명 중 6명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고 정신적 공황 가능성을 제시한 1명은 입장을 바꿨다"면서 "해경이 이전 의견만 채택한 것은 조작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 해경이 이씨의 월북 근거로 제시한 조류예측 결과도 여러 변수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슬리퍼와 구명조끼 등에 대해서도 이씨가 타고 있던 선박 내에서 발견된 슬리퍼에서 여러 명의 DNA가 나왔으며 이씨가 실종 당시 착용했다는 구명조끼와 똑같은 조끼도 선내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하 위원장은 "해경 내부에서도 (2020년) 중간 수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해경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데 주도적으로 나선다면 해경이 변화와 개혁을 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