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우리가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당선인 시절 방문에 이어 두 달 만에 창원 원전산업 현장을 다시 찾아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윤 대통령이 공약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긴급 일감을 발주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벤처부는 이날 원자력 연구개발(R&D)에 올해 6700억원, 내년부터 2025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과감한 금융지원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원전 최강국 도약’을 위한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텅 빈 원자로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원전산업 직접 챙기겠다” 약속 지킨 창원 재방문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원전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원전 협력업체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당선인 시절에 원전 중소업체인 ‘진영TBX’를 방문해 6개 협력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원전산업을 직접 챙길 것이며, 다시 방문하겠다”고 당시 참석자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이날 방문에는 20개 협력업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원전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도 함께 참석해 원전산업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협력 방안도 같이 논의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동행해 원전 협력업체 분들이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던 일감 창출, 금융지원 및 시장 확대 방안에 대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 앞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건설이 중단돼 있는 신한울 3, 4호기 원자로 주단 소재, 현재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마지막 공정인 신고리 6호기 원자로 헤드 등과 1만7000t 규모의 프레스 설비가 있는 단조 공장을 둘러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원전 세일즈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

윤 대통령은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우리 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가진 예산에 맞게 적기에 시공하는 능력, 온타임‧온버짓, 이것은 전 세계 어느 기업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원전기업만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기 계신 여러분께서 이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수십 년에 걸쳐서 탄탄히 구축하고 노력해 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조금 전에 두산에너빌리티 공장도 둘러봤습니다만, 여의도보다 더 큰 면적에 어마어마한 시설에, 과연 이런 시설들을 탈원전을 추진했던 관계자들이 이것을 다 보고, 또 이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둘러보고 현장을 봤다면 과연 그런 의사결정을 했겠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산업이 지금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서 매우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수출 지원도 강조했다. 그는 “사우디, 체코, 폴란드, 우리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서 지금 탄소중립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원전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인식이 되면서 지금 수출 시장이 열려 있다”며 “만일 우리가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이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은 폐기하고 원전산업을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방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산업을 신속하게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원전 생태계 거점인 창원의 산업 현장들, 공장들이 활기를 되찾고 여러분이 그야말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법적 절차와 기준은 준수하되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여러분의 발목을 잡지 않을 뿐 아니라 저 역시도, 또 우리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이 원전 세일즈를 위해서 백방으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한 자리에서 “지금 원전 산업은 고사 직전 상태”라며 “물과 영양분을 조금 줘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줘야 살까 말까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신한울 건설 재개 일감 발주...2025년까지 R&D에 3조원 투자

이날 산업부와 중기벤처부는 원전산업 협력업체 및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올해 원전 협력업체에 925억원 규모의 긴급 일감을 발주하고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원전 일감을 신규 발주한다. 맞춤형 수주전략으로 수출에 역량을 결집해 업계의 일감 연속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3800억원 규모 금융애로 해소 지원과 6700억원 규모의 기술 투자도 병행한다.

특히 일감 조기 공급은 원전 예비품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설계 등에 925억원 규모의 일감을 금년중 긴급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신분이었던 지난해 12월 29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건설 즉각 재개를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원전산업 생태계의 일감 연속성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원전 수출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체코와 폴란드 등 사업자 선정이 가까운 국가는 패키지 마련과 정부 고위급 수주 활동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노형 수출, 기자재 수출, 운영‧서비스 수출 등 수출방식도 다각화하는 등 국가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수주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범부처와 관계기관 등 민관이 모두 참여하는 콘트롤타워로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7월에 발족해 수주역량을 결집하고, 주요 수출전략국을 거점공관으로 지정하여 전담관 파견도 추진한다.

아울러 기술역량 강화를 위해 원자력 연구개발(R&D)에 올해 6700억원, 내년부터 2025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아울러 국내 독자모델인 SMR(소형모듈원전) 개발‧상용화에 2028년까지 3992억원을 집중 투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설명을 들으며 원자로 상부 헤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중기벤처부는 원전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내놨다. 원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공급하고, 시중은행 협력을 통한 부실 발생기업을 지원하며, 상생협력 기반의 원전 중소기업 기술혁신을 추진한다. 중소 원전업체에 대해 정책자금 500억원을 공급하고 특례보증 500억원을 신설하는 등 총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마련한다. 올해 원전 중소기업에 대해 R&D 200여 억원을 우선 지원하고, 내년에는 250억원 규모의 원전기업 특화 R&D를 신설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현장 방문은 원전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및 원전 수출을 통해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과정 중의 하나”라며 “최근에는 원전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운영해 산업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 및 기관들과 원전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들을 모색중에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안내를 받으며 건설이 중단돼 있는 신한울 3‧4호기 원자로 주단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