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의원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 새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정세균계인 이원욱 의원과 친명 김남국 의원은 이원욱 의원이 올린 ‘수박 사진’으로 충돌했고, 이낙연계인 윤영찬 의원과 친명 이수진 의원은 이수진 의원의 유튜브 발언으로 충돌했다.
◇김남국 “지지자 화나게 하나” 이원욱 “단절해야 할 분 있다”
3선 중진 이원욱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수박 정말 맛있네요. 함께 하고 계신 분들이 여름엔 역시 수박이 최고라고 하신다”라며 2장의 수박 사진을 올렸다.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성향의 강성 지지층은 푸른 껍질과 빨간 속알맹이로 겉과 속이 다른 ‘수박’에 빗대어 비명계를 비난한다. 이재명 의원을 비판한 후 쏟아진 강성 지지층의 비난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원욱 의원은 지방선거 패배 후 이재명 의원 책임론을 언급했다가 ‘수박’이라는 강성 지지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무더위에 국민들이 수박을 찾듯이 이 순간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당에서 최소한의 발언이라도 하는 수박이 아닐까”며 “내가 민주당의 수박이 되겠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글에 대해 이재명 의원의 최측근으로 ‘7인회’ 중 한 명인 김남국 의원은 지난 11일 “국민에게 시비 걸듯이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서 일부러 화를 유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동 같다”고 공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연이은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저희 국회의원들은 지지자들이 매를 들어도 그냥 맞아야 할 판”이라며 “그런데, 겸손한 자세로 듣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조롱하는 글로 저희 지지자를 화나게 하는 글은 국민을 무시하는 너무나 잘못된 행동”이라고 했다. ‘수박’ 사진을 올린 것이 지지자들에 대한 조롱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강성 지지층에 대해서는 “민주당을 지켜주신 권리당원 한 분, 한 분께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자 이원욱 의원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박도 맛있다고 올릴 수 없는 수박이라고 조롱하는 분들에게 먼저 글 올리심이 낫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저는 국민과 당원 앞에서 늘 겸손했다. 그러나 겸손보다는 단절해야 할 분들이 있다는 것, 민주당 의원들 대개는 알고 있다. 말을 못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해도 여전하다. 정치훌리건들을 등에 업고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저는 당원도, 지지자도 팬덤도 조롱하지 않았다. 명백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정치훌리건의 행태는 중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을 뿐”이라고 썼다.
◇이원욱 “처럼회 왜 해산 안 하나” 김남국 “반박의 가치가 없다”
이원욱 의원은 강성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처럼회’ 해산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누가 정치 훌리건의 편을 드는가, 현재 이 시점에서 의원들을 돌아보면 이른바 ‘친명 의원’”이라며 “그리고 처럼회 왜 해산 안 하는가. 해산을 권유한다. 계파청산이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처럼회’ 소속 김남국 의원은 이원욱 의원을 향해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했다. 그는 “서로 예의를 지키자 했는데, 어떻게 ‘처럼회’를 해체하라는 주장이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너무 생뚱맞다. 잘못된 사실을 전제로 판단하고 있기도 하고, 몇 단계를 뛰어넘는 논리의 비약이 있어서 반박의 가치가 없다”고 했다.
◇이수진, 유튜브 방송서 윤영찬 저격…윤영찬 “너무 황당해서 웃음 밖에”
‘처럼회’ 소속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이낙연계 윤영찬 의원을 공개 저격했다. 이수진 의원은 지난 5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이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했다고 한다. 울면서. 본인들이 다 망쳐놓고”라고 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최근 몇 주 동안 제 전화와 블로그에는 ‘의원님, 왜 울면서 언론개혁 반대하셨어요’라는 내용의 문자와 댓글이 올라왔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며 “이쯤 되니 너무 황당해서 웃음 밖에 나오지 않더라”라고 이수진 의원을 비판했다. “이런 분들과 같은 당으로 정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탈감까지 들었다”고 했다.
또 윤 의원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의원 단톡방에 대체 왜 그런 거짓된 말씀을 하셨는지 공개적으로 물었지만 아직도 답은 없다”며 “유튜브에서 아무 말이나 하면 그게 사실이 되나? 해당 의원의 솔직한 답변을 기다린다”고 썼다.
강성 지지층이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쏟아내는 비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대선과 지선의 패배가 7개월간 당대표였던 이낙연 탓이라는 ‘만물 이낙연설’에서부터 (이 전 대표의) 유학에 무슨 흑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황당한 글은 페이스북과 커뮤니티에서 급속도로 퍼졌다”며 “심지어 이 전 대표가 신천지 이만희 교주와 비슷한 색깔의 옷을 입었다며 이 대표 지지자들이 신천지라는 글까지 받아 보았다”고 열거했다.
윤 의원은 “‘수박들 다 죽어라’ ‘이낙연과 수박들 민주당에서 나가라’와 같은, 저주의 내용을 담은 시꺼먼 문서들이 지방선거 기간 내내 사무실 팩스로 날아들었다”라며 “홍영표 의원과 박광온 의원 등 여러 의원실도 같은 내용의 팩스 수백 장을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