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민생안정을 중심으로 한 ‘경제’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혁파’를 외치고 있다.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 돌파를 윤석열 정부 최우선 과제로 제시함과 동시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 돌파 승부수로 이를 띄우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새 정부 경제정책 청사진을 기획재정부를 통해 발표한 후 내달 그가 규제혁신전략회의(가칭)를 직접 주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기업인들과 함께 중소기업중앙회 창립 60주년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뉴스1

◇이달 경제정책 청사진 제시 후 내달 규제혁신전략회의 주재 가능성

7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다음달 중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구성할 계획이다. 규제혁신 사령탑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방침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렵고 복잡한 규제(철폐)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며 강한 규제혁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언급하면서 이를 기업 규제에 빗대기도 했다. 핵심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개정 사안은 후순위로 미루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당장 풀 수 있은 것은 대통령이 나서 직접 풀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규제혁신전략회의의 경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이르면 내달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달 중 공개될 예정인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청사진 이후 규제혁파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기재부를 통해 노동과 교육, 공적연금 등 분야에서 구조개혁을 관철해 시장·민간 중심으로 경제활력을 끌어올릴 5년간의 정책 방향을 이달 중 제시할 예정이다. 부동산 등을 포함한 세제 개편, 가계부채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등 리스크 관리 방안도 함께 담길 예정이다.

앞서 지방선거 압승이 확정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일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당의 승리를 논할 상황이 아니다. 경제 위기 ‘태풍’이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 안정에 두고 새로 출범할 지방자치단체와 대통령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본회의장. /뉴스1

◇정치적으로 ‘野 반대 적은 수’ 판단한 듯

이처럼 윤 대통령이 연일 경제와 규제혁파를 강조하는 이유는 물론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암울하기 때문이다. 5%대를 넘나드는 물가상승률 및 무역적자 확대 등 대한민국을 둘러싼 경제환경이 녹록잖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는 배경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국회의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5곳, 민주당은 2곳에서 승리해 역시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이에 따라 의석수는 국민의힘이 109석에서 114석으로, 민주당이 167석에서 169석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여소야대 국면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향후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 있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발목잡기’를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국민 여론인 만큼, 눈 앞에 펼쳐진 민생 문제와 경제 문제에 목소리를 집중하며 정권 초반 국정동력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에 이어 지선까지 2연패 한 민주당 입장에서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협조 기조를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