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국립서울현충원에는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투쟁한 순국선열들과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령들, 그리고 목숨을 바쳐 국민의 생명을 지킨 분들이 함께 잠들어 계십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7주년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시작하면서 한 말이다. 전날(5알) 북한이 여러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을 무더기로 발사하는 등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고,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 첫 현충일 추념사는 분량은 짧고 메시지가 강도는 높았다. 추념사 분량은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3분의 1 수준인 7분이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강조한 문 전 대통령이나, '통일대박론'을 말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추념사는 북한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었다.
역대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주 등장했던 대화, 통일, 평화 등의 키워드가 윤 대통령의 추념사에서 빠졌다. 대신 들어간 것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용기와 헌신으로 지킬 수 있었다"면서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이 더욱 살아 숨 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그분들의 희생을 빛나게 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후손들에게 더욱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가꾸고 물려줄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며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추구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희생을 가치 있게 만들 것"이라며 다시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고 있다. 어제도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는 이날 새벽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 도발에 비례해 지대지 미사일 8발을 공동으로 대응 사격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가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근본적이고 실질적이라는 건 이번 추념사에 새로 추가됐다기보다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말씀한 것을 강조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국가유공자들과 유족들을 더욱 따뜻하게 보듬겠다. 제복 입은 영웅들 존경받는 나라 만들겠다"고 말한 점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민가 쪽으로 전투기가 추락하는 것을 막고자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고(故) 심정민 소령 ▲평택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조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고(故) 이형석 소방정·박수동 소방장·조우찬 소방교 ▲실종 선박을 수색하고 복귀하다가 추락사고로 순직한 남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고(故) 정두환 경감·황현준 경사·차주일 경사 등을 일일이 거명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9일 천안함 생존 장병과 희생자 유족, 천안함 실종자 구조 과정에서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 유족, 연평해전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희생자 유족 등 20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현충원을 찾은 윤 대통령은 엄숙한 표정으로 추념식을 지켜봤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윤 대통령의 옆자리를 지켰다. 취임식 이후 처음으로 '부부 동반' 공개 외부일정을 소화했다. 추념식 도중 김 여사가 비에 젖은 윤 대통령의 정장 닦아주고, 윤 대통령은 김 여사에게 우의 모자를 씌워주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