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6·1 지방선거 참패를 두고 친문(親文)과 이낙연계, 정세균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책임론’이 제기되자, 초선 모임 ‘처럼회’ 등 강경파 의원들이 4일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이낙연 전 대표도 사당화 논란에서 자유스럽지 않다” “동지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냐”면서 이재명 의원 책임론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를 비판했다. 이들은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 당권 장악에 유리하도록 선거 규정을 고치자는 주장도 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10년 전인 2012년 문재인 후보의 대선 패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 후보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라’고 주장한 의원들이 있었다”며 “당시 문재인을 공격하면 안 됐듯 대선후보였던 이재명을 상처 내고 공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흔들기를 하면 안 된다. 민주당에 득 될 게 없다. 저쪽 사람들만 이익이고 좋아할 일”이라며 “이재명을 찍었던 국민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정 의원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 친문 의원들을 겨냥해 “책임을 져야 할 분들이 말씀이 빠르시다”면서 “솔직히 이낙연 전 대표도 사당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든 개혁 과제를 스톱(중단)시키고 본인의 대권 행보로만 당을 활용했던 분”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이 사실상 이재명 고문에게 있다고 지적한 이낙연 전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도 일제히 가세했다. 대선 당시 이 고문의 수행실장이었던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전날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재명 책임론’이 쏟아진 것을 두고 “오로지 네 탓 타령만 가득했다. 반성보다 당권에 대한 사심이 가득해 보였다”며 “민주당 쇄신 의지가 아니라 계파의 이익이 먼저인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과 당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이제 정신 차려야 한다”며 “당권 장악 등 권력투쟁을 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당 외부의 정치세력과 권력투쟁을 피하는 정치인들은 결국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강행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장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도 이 고문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겨냥, “좀 잔인한 게 아닌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자기 당 동지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니 말이다”라고 했다. 이어 “얄팍하고 예의도 없는 ‘나만잘(나만 잘났다) 정치 감성’이 참으로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책임론’을 고리로 범친문계가 지방선거 참패 즉시 대대적 공세에 나서자, 당내 강경파가 집단 반격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의원과 ‘7인회’ 등 이재명계 의원들은 일단 침묵하고 있다.
이 의원은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강경파 의원들은 이 의원이 당권을 잡기 유리하도록 당대표 선출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내홍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대선 전에 우리는 ‘장경태 혁신위’를 통해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올리는 내용으로) 전당대회 룰을 고치겠다고 공포한 바 있다. 이것을 바꾸지 않고 또 다른 혁신을 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도 “새 전당대회에서는 반드시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투표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