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전할 말이 있냐는 질문에 "헬로(Hello)"라고 한 단어만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DMZ) 철조망을 녹여 만든 십자가를 선물하며 '평화' 메시지를 보낸 지 하루 만이다.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차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국 조지아 주에 6초3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조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20분 동안 회담한 후 공동발표를 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퇴장하기 직전 CNN 기자로부터 "김정은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헬로"라고 대답하고, 잠시 뜸을 들인 뒤 "끝"이라고 했다("Hello… period").

바이든 대통령의 '한 마디' 답변은 미국의 제안에 북한이 응답해야 할 차례라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과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북한 지도자와 만날 지는 그가 진실하고 진지한지에 달렸다"고 대답했다.

김정은에 대한 '한 마디' 답변은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평화' 메시지를 전달받은 뒤 하루 만에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경남 양산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10분간 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에게 "좋은 친구"라고 했고, 문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 철조망을 녹여 만든 십자가를 선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차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 오후 약 10분간 통화했다. /윤건영 의원실 제공

문 전 대통령 핵심 측근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단의 아픔과 고통, 대립과 갈등을 상징했던 가시 돋친 비무장지대 철조망으로 용서와 화해를 상징하는 십자가로 만들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십자가는 문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바티칸 교황청 방문 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를 순방하는 동안 북한의 핵실험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북한이 어떤 일을 하든지 준비하고 있다"며 "그들의 행동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숙고해 온 만큼 이 질문이 그걸 뜻한다면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