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 및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IPEF(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총체적인 경제전략을 지칭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주도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서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향후 무역·통상 정책의 변화가 예고될 수 있다고 전한다. 중국이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해서는 안 된다며 사전 견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결과적으로 IPEF 동참 여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첫 외교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스1

◇尹 “바이든 방한 시 경제 안보 관련 사안 논의”

1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번 주 방한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방안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 안보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16일(현지시각)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 유대를 심화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는 “과거 모델은 공급망이나 부패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만큼 경제와 관련한 새로운 시도가 시급하다”면서 IPEF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IPEF는 바이든 정부 최초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체적인 경제전략을 지칭한다. 관세 인하, 부분적인 규제 철폐에 방점을 두었던 다자·양자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범위가 넓은 경제협력체를 지향한다.

전문가들은 IPEF는 전통적인 FTA와는 다소 다르다고 설명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IPEF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IPEF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같은 메가 FTA가 될 것이라는 기대”라며 “미국이 의도하는 IPEF는 관세 철폐를 통해 시장 접근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미국이 IPEF를 구축하려는 애초의 목적을 생각해 보면 이해된다”며 “중국의 부상과 일대일로 구상 등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과 신뢰가 위태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 지역에서 긍정적인 경제 전략의 시급성을 인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IPEF를 통해 ▲무역 촉진 ▲디지털 경제와 기술 표준 정립 ▲공급망 회복력 달성 ▲탈탄소화와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 ▲노동 표준화 등 6가지 주요 분야에서 합의안을 만들어내고자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은 IPEF를 제정해 인도태평양지역과의 경제 관계를 심화시키고, 글로벌 경제의 도전에 대응하는 것을 협조하는 방법을 탐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미중 갈등 속 尹대통령 첫 외교 시험대

한국 입장에서 IPEF의 중요한 의미는 ‘중국을 뺀’ ‘미국 중심’의 지역 경제공동체 형성 움직임이다. 지난 2월 17일 미국 동아시아태평양담당차관보는 기자들에게 “현재 중국을 IPEF에 참가시킬 계획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론 이전의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했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 탈퇴로 인해 이미 미국이 주도권을 상실한 CPTPP를 ‘리셋’하고 미국 주도로 더 거대한 경제 공동시장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지난 1월 1일에 협정이 공식적으로 발효된 중국 주도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빠르게 견제하려는 목적도 담겨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미국이 보는 IPEF의 주요협상과 자문대상은 현재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으로 중국은 빠져있다.

중국은 벌써부터 견제에 나서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한중 관계와 관련해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사절로 방한한 ‘시진핑의 오른팔’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도 접견 자리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 수호를 강조한 바 있다. 이 역시 IPEF를 견제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IPEF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립대 교수는 “IPEF는 미국 중심의 일종의 경제 협력체로 아직은 구체적인 경제 효과를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며 “중국과 갈등을 빚을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우리나라는 가입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IPEF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실제 IPEF의 출범은 한국 다음에 일본 IPEF 관련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3~24일 일본 순방을 계기로 IPEF 설립 추진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 건물. /연합뉴스